담력 테스트

아무것도 아닌것은 아니지만

by 오아

담력 테스트도 아니고 스트레스 내성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일단 구조 조정은 없던 일로 하라고 합니다.


부서장만 알고 있으라던

구조 조정이 '일단'은 보류되었으니 '잠시' 없던 일로 하라고요.


'일단'과 '잠시'가 붙었으니

없던 일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회사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10년이 넘도록 다니고 있는 회사이지만

급변하고 있는 회사의 태도가 좀처럼 적응되지 않습니다.

혼란스럽네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제가 어느 상황에 처한 건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회사는 '구조 조정'이 보류되었으니

직원들에게 발설해서는 안된다고 당부까지 합니다.

아마도 자신들의 결정이 아닌 이유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겠지요.


회사도가 보이는 저는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당장의 폭풍은 피했지만

다음에 불어올 것이 해일 일지, 파도 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감추어야 하는 것도 참 어렵고 말이죠.


오늘도 회사는 겉으로 보기에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들 또한 그렇고요.

저는 그들을 바로보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그들이 얄밉기도 합니다.


네 맞아요.

오늘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정보를 공유한다며 부서장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전후 사정없는 잔고, 여러 얽힌 상황, 경영진의 개인사까지 말이죠.


그것은 그저 무분별한 말 공해로 느껴질 뿐이라는 것을

회사는 도무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인원 감축도 당분간 없고

일단은 잘 될 것 같다고 해놓고

갑자기 주머니 사정은 왜 늘어놓는 것일까요?


힘드니까 감원에 동참하여 1인 2역을 하라는 뉘앙스인지

아니면 월급 받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내일이 없으니 빨리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아는 회사가 맞다면

별생각 없이 말한 것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 말은 그냥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죠.


회사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 상황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부서장은 그저 그것을 한쪽 귀로 흘리고

문제는 닥치기 직전까지 함구하며

상황이 터지면 재빨리 수습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회사가 미워지네요.

경제가 어려우니 마음까지 비뚤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구조 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