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없는 사이

그게 필요해

by 오아

적잖은 고민이 있지만,

평소 특별히 힘들거나 우울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 기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요.


각기 마음 크기만큼 고민과 걱정이 있을 테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민이겠거니 각하곤 했습니다.


가끔 너무 놀라는 일이 생길 경우에는

그냥 엉엉 버리거나 놀란 상태로 며칠을 멍하니 보냈죠.

쉽진 않았지만

감정이 지나가는 시간을 기다려주면 내 괜찮지더군요

마음 말고 머리로 감정을 대하니 이내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그래요.

아마도 엄청난 사건이 아니어서 그런도 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네요


딱 보고 싶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연락을 하기가 망설여집니다.

날씨가 너무 춥기도 하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교통편이 쉽지도 않고요.

그 친구가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보고 싶은 그 애는 참 편한 사람입니다.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특유의 털털한 성격 덕분에 금세 친해졌어요.

자신의 외모적 핸디캡(?)을 털털함으로 무마시킨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편안한 친구입니다.


오늘은 그 친구와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대단한 사건부터 이어지는 여러 갈래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들을 대하는 나의 속좁음과 말하기 꺼려지는 쪼잔한 속마음 같은 거 말입니다.


남 걱정도 평소에 두배쯤 해주고 말이죠.

사는 얘기, 옛날 얘기 두루두루 하다 보면 어느새

웃고 우느라 눈물 콧물이 쏙 빠겠죠?


얌전해 보이는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걸쭉한 욕을 몇 마디 내뱉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분명 자주 할 거예요. 낮고 빠르게 말이죠. )


때론 "잘난 척하지 마"라고 팩폭을 날리기도 하고

"나도 행복하진 않아"라고 마음을 찌르는 말을 던지기도 하고

"그래도 너는 웃는 게 예뻐"며 뜬금없는 칭찬을 날리기도 하고

장군 같은 웃음소리와 갑작스러운 몸무게 체크로

도무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 친구 참 보고 싶습니다.


의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들 정말 지치거든요.


감정이 조금 잦아들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줄어들면 그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지금 만나면 제 얘기만 내내 하다가 올 것 같아서 말이죠.


오늘은 '보고싶다.'하고 한마디 보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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