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엇이든 될 거예요.

지금과 미래

by 오아

세상에는 잘 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라떼 감성을 한 스푼 더해본다면 '요즘 사람들은' 참~ 똑똑한 것 같아요.


외국어 한 두 가지는 기본에, 아이디어는 어쩜 그리 기발하고 참신한지

꼭 다른 세계에 살다 온 사람들 같다니까요.

게다가 생각한 것을 실행하는 그 추진력은 또 뭐란 말이에요. '우리 때'는 이것저것 눈치 보느라 '감히'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요즘'친구들은 기어코, 끝내, 해내고 맙니다.


물론, 일부 청년(?)들에 국한된 사례 일 수 있고 부족한 경험 탓에 약간의 틈새가 보이기도 하지만

요즘 친구들의 능력이 예전보다 월등해졌다는 것.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요즘 친구들을 보며 동기 부여를 합니다.

이 직인지라 저 또한 그들처럼 잘나 보여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들을 통해 최신 트렌드와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공부합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부라기보다 공부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것이 알맞겠네요.

지적 허영심을 채우 '지식'과는 애초부터 접근이 다르니까요.

저는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공부를 사용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지 저는 애초부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게 흥미 없던 공부를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 굳이, 찾아서, 자발적으로 하게 되다니..

새삼 생존의 힘이 대단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보니 이제 가끔은 공부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열정 넘치는 친구들을 보며 공부 의지를 활활 타오 때, 그들의 빈틈을 제가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을 때가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래서 동기부여 동기부여 하나 보네요.


어쨌든.

저는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취업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회사에 취직해서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면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다고 말이죠.

건강한 몸으로 가진 능력을 잘 운용한다면 평생 밥벌이 걱정은 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경영은 누군가의 몫이고, 저는 그저 주어진 과제를 잘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직책을 맡게 되자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경영'이란 것보다 '시장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요.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 회사는 심하게 어려워지는 것이고

뛰어난 직원이 아닌 이상 월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가진 기술을 우려내고 우려내어 평생을 먹고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만 것입니다.


회사가 나를 끝까지 책임져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회사의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아무런 사정을 모르던 팀원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미래의 불안함을 잔뜩 느낀 채 출근하고, 그 어두움조차 내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참 고통스러웠거든요.


이제 저는 스스로 무엇이 되어,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이어하려면 일단은 잘나 보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더 이상 흘러가는 대로 미래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얄팍하게 넓어지는 것이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무슨 담당, 무슨 장 어쩌고 하는 것들이 더 이상 저를 보여주는 지표나 자랑이 되지 않습니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거든요. 여러 종류의 숟가락만 잔뜩 움켜쥐었을 뿐 모두 장식용 같은 느낌이랄까요. 정작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은 겨우 한 개뿐 인 것 같은데. 그마저 낡아버린 느낌입니다. 불안이 점점 가진 기능마저 잠식해버리려는 것 같습니다.


과거 연차도 나이도 무시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했을 때는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핑크빛 미래만 가득할 줄 알았요. 나이도 한참은 어리고 할 줄 아는 기술도 꽤나 있으니 미래의 걱정은 그저 남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 치 앞의 미래 따위는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 했으니까요. 성과에 도취되어 생각이란 걸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경험하지 못했던 시장 경제의 악화는 착하고 순하던 사람들을 순식간에 무기력하고 무능한 사람들로 만들었습니다.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고요.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입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무기력이 전염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현실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요술방망이를 기다립니다. 변화하는 고객을 보지 않고 회사의 체계가 어쩌고, 변화가 어쩌고 하며 따져가고 있네요. 오늘도 투정이 빠지지 않아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무기력에 물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무의미한 보호아래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닙니다.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생산적인 삶을 위해 꾸준한 밥벌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그래서 공부입니다. 많은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을 믿습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올 초 목표한 70권의 독서와 하루 50분 이상의 러닝, 침대 정리 같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소소한 목표와 성과들이 결국엔 큰 힘이 되어줄 것을 믿습니다. 의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이것들이 저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입니다.

지치고 힘겨운 일들이 가득한 일상이지만 제가 해온 것들을 믿고, 끝내 해낸다면 무언가는 되어있지 않을까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프로젝트를 끙끙거리며 작업하고 있지만, 프로젝트에 마침표만 찍을 수 있다면 조금은 생동감 있고 주체적인 내일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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