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을 털어놓을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첫 출근의 기억이 생각보다 강렬했거든요.
오전 인사팀 OJT에서 전하길
A부서였던 저는 B부서로 발령이 났고
B부서 속하면서 A부서의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대 혼돈의 시작이었죠.
이건 대체 무슨 말일까요.
일을 하라는 걸까요.
말라는 걸까요.
마침 A부서와 B부서 관리자 식사자리
초청(?)되어 초스피드로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A부서의 관리자는 지금 수세에 몰려있었고
B부서의 관리자는 전문성을 무기로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황마다 느끼는 거지만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자주 지는 것 같습니다.
오후쯤 음에는
C부서의 관리자가 제가 맡은 업무를 운운하며
'아휴~ 빨리 끝내버려야지.. 어이구..'하고
짜증 섞인 반응을 가감 없이 표출하며 제 주변을 지나갔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귀찮은 일인가 봅니다.
이전 회사가
경영은 엉망이었지만
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큼은
진심을 추구했습니다.
(추구와 실천의 차이는 인정합니다.)
어쨌든, 고객이 느낄 마음과 우리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했고 중간 관리자들은 속내가 없었습니다.
C부서처럼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을 맡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으로 분위기를 해치거나
누군가 그것을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행위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 이니까요.
여기에, 더 놀라운 사실은
D부서까지 협력해야 하고 A, B, C, D의 본부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관계 또한 드라마급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듣기 싫었으면
"제가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하며 말했을까요.
'하하.. 허허허..'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들의 얼굴을 보니
평범한 아저씨들이구나.. 싶다가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직책자들이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진 이곳..
이 상황이.. 대체 가능한 건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수많은 돈을 펑펑 쓰면서도
이 회사의 이 일은 왜 진척이 없는 걸까요?
총책임자에게 권한을 몰아주거나,
TF팀을 만들지 않는 걸까요?
-
그 일정은 할 수 없다
네가 만든 걸 받아야 진척이 가능하다.
내가 왜 이런 거까지 해야 하냐.
-
같은 말은 과거 제가 질리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요.
성과를 내기에 앞서
총대를 줄 사람도
맨 사람도 없는 이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쌀로 밥을 짓는데
미슐랭 식당의 요리사를 초빙한 느낌이에요.
깨끗한 물로 쌀을 잘 씻어 내고
알맞은 레시피로 밥을 잘 지으면 되는데
한 톨한 톨 쌀 모양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죠.
그것도 4명의 요리사가 말이에요.
손님 도착 딱 15분 전인데 어떡하죠?
한 부서에 수명이면 될 일을
온갖 부서에 직책자들을 모아놓으니
서로가 득실을 따지기 바빠 보입니다.
이쯤 되니
제가 일을 쉽게 했나 의심이 들기까지 하고요.
우스운 건 오늘 대면한 모두가
제 안위를 걱정을 해준다는 거예요.
각자의 생각과 스타일대로 말이죠.
-
여러 혜택을 누려라
당신은 이렇게 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그 사람은 평판이 좋지 않다
장기적으로 이 부서가 일신상에 이득이다
-
같은 말을 진해주어
고맙기도 했고 진심으로 느껴져 우습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일' 하는 곳이 아니고
'생활'을 해야 하는 곳인가? 하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제 성격이 섣부른 판단을 종용하지 않길
여전히 바랍니다.
(정 아니다 싶으면, 점찍고 돌아갈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은 TV에서만 본 직책인 '상무'들이 모인 회의에
저도 초청(?)되었다고 합니다.
멋지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말투로
치졸하게 서로를 저격하는 건 아니겠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하면 스트레스를 좀 덜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