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오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도무지 나아질 길이 보이지 않음에도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한 서른 살쯤.. 아니, 결혼만 안 했어도, 어쩜 혼자 아이를 키우지만 않았어도, 결코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상황을 드러남에도... 뻔히 아닌 걸 알면서도 들어야하고, 아닌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사회생활'을 이렇게 오래 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라게도 나는 또 그 때문에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부정 수 없다.. 크고작은 고민과 온갖 잡념과 넘치는 자기주장으로 가득 찼던 내 시선.. 이제 주변을 향했으니.. 사회생활 덕이라 할 수도 있겠다.나의 뻔뻔했던 과거를 감내해 준 수많은 이들에게 새삼 감사하다. 여러모양의 상황 덕분에 나의 모난 구석들이 다듬어질 수 있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을 17여 년의 직장생활은 어쩌면 억나지 않는 상황과 여럿의 인내로 만들어진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차분해져서 일까.. 요즘은 50~60대 직장 선배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얼마나 많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버텨낸 것일까.. 난 지금도 쉬운게 하나 없 너덜너덜한데.. 온갖 서사를 버텨낸 그들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진다. 전에 되고 싶던 크고 대단한 어른이 아닌. 버텨내고 살아내고 지켜주어서 멋진 어른말이다. 나도 결국엔 그런 선배 되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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