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서글퍼질까 봐

by 오아

여행임에도 한없이 바쁘게 일정 짰다


여유라는 이름이 주어질 때

상상과 공상 사이를 오가게 되었을 때

혹여나 마음이 서글퍼지면 어쩌나 무서운 마음에

서둘러 열쇠를 채워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말에 일렁인 마음은

당분간 나올 수 없도록.

정신무장된 마음을 되찾기 위해


일정 내내 아이의 얼굴을 더 보고 함께 더 걷고

귀에 피가 나도록 동물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멸종 동물이나 복원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다들 이 얘길 싫어해 얘기할 곳이 엄마 밖에 없단다

세포복제부터 생명윤리까지

열한 논쟁과 삐짐, 항복과 사과의 시간을 거친 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 모자는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성공한 계획에 기쁜 퉁퉁 부은 눈으로 맞이한 아침,

간밤에 온 문자 하나가 거슬린다.


이 아침은 너무도 한가해 그런가 보다


이성아. 이겨라

상상이 덧붙여질까 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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