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성과를 인정받은 그 순간부터 '일을 잘한다.'는 타이틀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6년 동안 나는 더 많은 성과를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어느 날은 전쟁 같았고, 어느 날은 패잔병 같았고, 어느 날은 숨고 싶었으며, 가끔은 넘치게 기쁘기도 했다.
마흔을 코앞에 둔 지금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져가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독려한다. 아직도 일을 잘하고 싶다.
앞으로도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혹시나 성과를 못 이룬다면,
그것은 내가 '못해서'는 아니라 '덜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력으로 못할 건 없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너는 왜 아직도 하고 싶은 게 그렇게 많아?"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거야?"
"대체 너는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 거야?"하고 말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곤란하다.
잘하기 위해 열심히 한 것 뿐인데, 이해하지 못한다니..
엄청난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에 숨은 비법이라도 찾는 건가?
공짜로 비법(?)을 캐묻는 것 같은 질문들이 불편하다.
그러던 나였는데..
그렇게 의심 없이 경주마처럼 달리고 달리던 나였는데,
어느날 부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과 함께 말이다.
한번 인식된 문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넘치는 열정을 뒷받침할 체력도 빛의 속도로 떨어져 갈 텐데..
'이대로 나 괜찮은 걸까?'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려는 것이지?'
겨우 문제를 찾았지만, 도무지 해결방법을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은 왠지 몸에 맞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일과 삶이 무 자르듯 구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스로 답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일을 놓지 못하는 이 열정의 비밀은 분명 내 어딘가에 숨어있을테니까
그렇게 '다른 내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스스로의 행적을 차분히 관찰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