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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May 19. 2021

23. 내가 옥소폴리틱스를 만들어가는 이유

기적과 같았던 1년,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

옥소폴리틱스의 시작은 기적과 같았다.


다양성의 정치에 대한 생각도, 서로 싸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족별 댓글 시스템도, 말풍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이야기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도 어느 날 문득, 정확히 좋은 타이밍에 하나씩 나에게 왔다.


초반에 도와주었던 친구들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코파운더인 내 동생도, 어느 날 기적처럼 찾아온 우리 CTO도, 기적같이 함께하게 된 우리 팀 모두 내가 잘해서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치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듯이, 별의 때가 나에게 왔고 내가 잡지 않아도 내 손을 끌고 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사업가가 되었다.


감사하고 존경하는 투자자들 해시드와 퓨쳐플레이도 옥소폴리틱스의 비전을 공감해주고 돈을 어떻게 벌지도 잘 모르는 회사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주었다. 류중희 대표님은 불가능해 보였던 팁스를 뚫어내셔서 우리의 런웨이를 한참 늘려주셨다.


언론과 정치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옥소폴리틱스에 참여해주시기도 하고 옥소폴리틱스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주시기도 했다.


또 너무너무 감사한 우리 커뮤니티. 무려 27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신 완전체 황제폐하의 사자님을 필두로 친서방주의 코끼리, K-2 흑표 천대만 더 사자님, 그리고 그냥 "사자"님, 아싸 코끼리님, 그리고 호랑이 진영을 든든히 지켜주시는 멋진 호랑이님, 핵개발 하마님, 중도추구 공룡님, Khc 공룡님.. 모두 5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신 엄청난 우리의 멤버들이시다. 문득문득 이 분들을 생각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냥 너무나도 감사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 지금 열심히 다듬어가고 있는 Push Notification 같은 기본 기능도 너무나도 미약하고, 아직도 앱이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앱에서 정치를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는 어렵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함께 일하는 7명의 우리 팀과의 매일의 회의 끝에는 늘 새 희망을 얻고 큰 힘을 얻곤 한다.


그리고 이제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아야 할 때가 왔다.


수십만 명이 매일 들어오는 앱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광고 없이 매일 1200여 명의 코어 유저가 다시 찾아주시는 앱이 되었다. 이분들에게 충분한 가치와 만족을 드리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앱은 불편한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너무나도 많다.


사업을 하다 보면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 때가 많다. 지금의 숫자들이 커 보이다가도 너무 작아 보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미래가 밝아 보이기도 하고 어두워 보이기도 한다.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투자를 못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투자를 받으면 어떻게 100배의 수익을 만들어서 돌려드릴 수 있을지, 우리 앱의 사용자들에게 드려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그 가치들을 불편함 없이 쉽게 전달할지 온갖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잠도 잘 안 오고 자꾸 새벽에 깨곤 한다. 그래도 회의 시간에 우리 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옥소폴리틱스 앱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채팅과 댓글들을 보면서 다시 큰 힘을 얻곤 한다.


1년 전만해도 나는 내가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하고 그대로 살려고 할 수 있었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돌보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젠 임산부인 아내가 아이와 스트레스에 지친 나를 돌봐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몇 달 전 너무 힘든 나머지 밤에 누워서 하나님께 몇 달에 한 번씩 하는 기도를 했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제가 사업을 할 수는 있는 건가요?' 내 머릿속에서 그냥 든 생각인지 하나님의 말씀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새겨졌다.


'내가 이끈다.'


아직도 그것이 내가 혼자 한 생각인지, 하나님이 주신 말씀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 말씀을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다. 평생 그랬듯 어디로 가든 이끄시겠지...


옥소폴리틱스는 잘 될 것이다. 이게 정치를 바꿀지, 세상을 바꿀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앱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이다. 뭐 신이 이끄신대는데 뭐라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기적들을 보여주셨는데 딱히 안 믿을 이유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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