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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Sep 20. 2022

35. 100% 원격 근무 2년의 보고서

사무실이 없다는 것.

옥소폴리틱스는 지난 2년간 사무실이 없이 100% 원격 근무로 성장해왔고 많은 것들을 이뤄 내었다. 많은 분들이 100% 원격 근무에 대해 걱정도 해 주셨고 비관적인 조언도 주셨지만 지난 2년을 뒤돌아보면 우리가 원격이 아니었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싶다. 옥소폴리틱스는 100% 원격, 자율 근무 체제이다. 근태를 감시하거나 집에서 접속하는지 인증샷을 남긴다거나 항상 컴퓨터 앞에 있어야 한다든가 하는 규제는 없다. 팀원들을 100% 믿는다. 물론 우리 팀원들을 믿을만한 근거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원격 근무의 장점  


1. 피로도가 적다.  

원격 근무를 하면 확실히 피로도가 적다.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사람으로 가득한 강남, 판교로 가지 않아도 된다. 또한 회의실을 잡기 위해 예약 전쟁을 벌이거나 10분 쉬는 시간 동안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클릭 한 번이면 회의실을 옮겨 다닐 수 있다.  


2. 다양한 인재를 구할 수 있다.

옥소폴리틱스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토론토, 필리핀, 서울, 성남, 광주, 울산, 제주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재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인재를 경쟁을 덜하고 모실 수 있다. 원격 근무가 없으면 놓칠 수밖에 없었던 분들도 많았다.   


3.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가 더 쉬워진다.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육아 휴직 없이 풀타임으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가족과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부부가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4. 사무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스타트업은 빨리 크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때마다 사무실을 이전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원격으로 하면 하루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아낀 사무실 비용으로 가끔 좋은 곳에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원격 근무의 단점  


1. 온보딩이 어려울 수 있다.  

원격 근무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처음 입사를 하는 경우 사무실에 가서 앉아 있으면 눈에도 띄고 사람이 자연스럽게 도와주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온보딩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원격으로 입사를 하게 되면 멍하게 컴퓨터 앞에 있다가 하루를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2. 일부만 원격으로 하면 어렵다.  

일부는 사무실에서, 일부는 원격 근무를 할 경우에는 매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화이트 보딩을 하거나 작은 소리로 대화하면 미팅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원격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까먹고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생긴다.   


3. 손님을 초대할 곳이 없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거나 할 때 자연스럽게 사무실로 방문해 주시겠다고 제안해 주신다. 그런데 사무실이 없다 보니 모실만한 곳도 사진 찍을 곳도 없어진다. 화상 회의 화면을 찍는 것은 처음 한두 번이나 신선하지 좋은 사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원격 근무를 하다 보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또 일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정확하게 근무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어지고 충분히 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9-6 근무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힘든 일이 되지만 원래 피곤하면 쉬고 컨디션 올라오면 일하는 생활이 익숙해지면 장점일 수도 있다.  


5. 외로울 수 있다.  

원격으로 근무하다 보면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직원들과 함께 양치하는 시간, 함께 커피 마시러 가는 시간 등이 그리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옥소폴리틱스 팀원들은 회의하다가도 “오늘 저녁 어때요?”를 물어보기도 하고 카페 같은데 모여서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또한 취미를 만들거나 외부 활동을 늘려서 외로움을 극복하고 인맥도 넓혀 가는 팀원들도 있다.


성과가 좋은 원격 조직 만들기  


1. 성실함은 프로페셔널리즘의 기본이다.

하루 8시간 근무는 계약 사항이고 성실한 근무는 프로페셔널리즘의 기본이다. 옥소폴리틱스는 직원들이 성실하게 근무할 것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믿는다. 명백한 퍼포먼스 저하와 주변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팀원은 당연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채팅창에 “저 언제부터 언제까지 쉬겠습니다.”라고 남기고 휴가를 갈 수 있다.

 

성실함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면 그것은 헤어질 조건이 된다.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회사에 다닐 자격이 없다. 축구를 하기 싫은 사람이 축구팀에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팀에 합류할 수 없다. 그리고 매일 하는 싱크를 통해, 피드백을 통해 성실함이 깨진 것은 금방 티가 나게 마련이다.


2. 윗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미션을 위해 일한다.  

원격 근무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경우는 ‘내가 뭘 해야 하지?’가 명확하지 않을 때이다. 특히 새로 입사했을 때 그런 문제가 더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할 때에는 시키는 일을 다하는 순간 비효율이 시작된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옥소폴리틱스에서는 각자의 재능을 살려 옥소폴리틱스의 미션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옥소폴리틱스의 미션인 “모든 사람의 모든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회사의 현 분기 OKR을 위해서 각자가 어떠한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매니저와 협의하면서 어떤 기여가 가장 큰 효과를 낼지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프런트엔드 엔지니어의 경우,


이번에 회사에서는 미션을 위해 새로운 OX 버튼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내가 그 구현을 맡아야겠다. 그래서 매니저와 PM과 다른 엔지니어들과 상의해서 내가 맡아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완성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 다른 엔지니어들은 내가 맡은 일은 안 건드린다. 그리고 이 일이 빨리 끝날 경우에 대비해 댓글 창 디자인 개선에도 참여하겠다고 다음 스프린트에 잡아 놓는다.   


3.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한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때에는 아무 일이나 하면 안 된다. 특히 별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 미션과 OKR을 숙지하는 것과 매니저와 동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단위에서 정확한 우선순위가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옥소폴리틱스에서는 매주 Project Prioirity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한다.  


4. 인사 평가를 팀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한다.  

자신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팀이 아닌 개인으로 일을 해야 한다. 개인의 페이스를 맞춰서 하다 보면 다른 팀원들에 비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눈치가 보일 수도 있고 적게 해서 프리라이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퍼포먼스가 중하위권으로 평준화 되게 된다.


이것은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만들어 내는 비효율과 같다. 공동으로 생산을 하면 일을 많이 하면 다른 사람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고 일을 적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물리적 부담이 된다. 그래서 모두가 일을 비슷하게 하게 되고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게 되어 많은 재능이 낭비된다.


그래서 인사 평가는 철저히 개인평가만 한다. 그리고 매니저 한 사람의 평가가 아닌 일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평가를 종합해서 하도록 한다. 매니저는 항상 직원 편에 서서 직원의 성장을 위해 돕는 위치이며 (사측이 아님)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효율적으로 감정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미션을 위해 일할 때에는 근무 시간을 엄수하는지에 대한 근태관리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5. 효율적인 미팅을 많이 해서 소통을 최대화한다.  

옥소의 아침은 9시 sync 미팅으로 시작한다. 아침에 모여서 어제 어떤 일을 했는지, 오늘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Blocker가 없는지, 주변 팀원들이 도와줄 것은 없는지 점검한다.


이렇게 아침 9시에 미팅을 잡음으로서 하루의 시작을 명확하게 한다. 이는 일과 사적인 시간의 구분을 명확히 해서 회사와 팀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오전 시간에는 미팅 위주로, 오후 시간에는 실무 위주로 돌아간다. 오후에는 자발적으로 함께 미팅을 켜놓고 따로 또 같이 일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서로 질문을 하고 싶은 엔지니어들에게 모각코 (모여서 각자 코딩) 시간은 유용하다.  


6. 온보딩 시스템을 정확하게 만든다.  

처음에 회사에 입사하면 아무도 모르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는 오프라인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온라인 기업의 경우 더 당황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옥소폴리틱스는 온보딩 버디 제도를 운영해서 한 사람이 최초 며칠간 미팅과 채팅방에 초대해 주고 모든 미팅에 가상으로 동행한다. 그리고 명확한 온보딩 가이드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서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미팅에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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