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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Oct 19. 2022

회사에서 당신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

내가 해결하는 문제의 가치의 10%만 주세요.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어떤 사람을 뽑을까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 프로페셔널한 사람, 성실한 사람 다 좋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바로 회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입니다. 


위계조직: 한 사람의 모든 역량


위계조직에서는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가진 모든 역량으로 계산합니다. 뛰어난 성적이 제일 중요하고요, 얼마나 성실하고 눈치빠르게 일을 잘하냐가 중요합니다. 원만한 인간 관계도 중요하고요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중요합니다. 


위계조직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해서 한 사람의 역량 전체의 가치에 기반하여 보상을 산정하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든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발령에 따라 기획 팀에도 있다가, 전략팀에도 있다가, 인사팀에도 있다가, 홍보팀에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회사 생활에 필요한 모든 능력이 출중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제네럴리스트가 필요합니다. 팀워크도 좋고, 일도 깔끔하게 하고, 성실하고, 회사에도 충성하고, 윗사람의 눈치도 잘 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역할조직: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의 가치


그런데 역할조직에서의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의 가치”입니다. 역할조직에서는 정확히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자연언어 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 프로젝트 리딩을 잘 하는 사람, 시키는 코딩을 열심히 할 사람 등을 찾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에 관계 없는 능력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혼자 일하는 엔지니어 일을 해서 회사의 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원만하지 못한 성격이든, 늦잠을 자든, 회사에 충성심이 없든 별 상관이 없습니다. 프로답게 돈 받고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됩니다.


그래서 면접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위계조직에서는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빨리 배우는지, 회사에 충성할 것인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질 것인지를 어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역할조직에서는 회사의 문제를 파악하고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당신의 회사의 인공지능 엔지니어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면 회사가 100억을 벌죠? 그러면 제 연봉은 10억만 주세요.”라고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각자 다른 문제를 가진 회사들


회사마다 팀마다 풀어야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회사마다 뽑는 인재상도 다릅니다. 위계조직이 많은 인재 시장에서는 전체 능력을 성적순으로 나열하여 위에서부터 좋은 회사를 선택해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조직들이 많은 시장에서는 회사마다 뽑는 기준이 다릅니다.  즉, 구글에 합격한 사람이라고 해서 에어비앤비에,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합격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은 공학박사들이 만든 회사인만큼 공학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지인들을 보면 꼼꼼하고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구글에 많이 갔습니다. 구글에 가면 면접부터 완벽한 코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구글에는 공학 박사들이 많습니다.


반면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은 마크 주커버그처럼 빠르게 해킹을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선호합니다. 제 경험상 페이스북은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엔지니어링 문제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문제 접근을 잘 해내는지, 문제 풀이 과정이 논리적인지를 확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면접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면접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메타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Fail Fast” “Hack”이란 말이 가득 써 있었습니다. 메타에서 일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벽한 테스트보다는 빠르게 신기능을 만들어서 실험해 보고, 빠르게 실패하고 다른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같은 사람을 뽑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도 그렇게 친절하게 협업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전 지원자를 상대로 문화 면접을 봅니다. Cultural fit 테스트에서는 “당신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면 당신의 집을 어떻게 꾸며서 게스트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이 여러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한 뛰어난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 시험은 완벽히 통과한 후 문화 질문에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해서 떨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는 각 회사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잡 디스크립션에 써 있는 구체적인 회사가 가진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가 왜 그 문제를 풀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취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가치를 제시하면 연봉 협상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를 뽑으면 3억의 비용이 들겠지만 10억을 벌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면 안 뽑을 회사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어떠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그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명확한 해결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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