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옥소폴리틱스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말 많은 것을 이루었고 국력의 신장만큼이나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물론 모든 변화 속도에서 가장 느린 것이 정치의 변화이고 법과 제도와 권력구조의 변화는 국가에 안정된 기반이 되어야 하므로 천천히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기술, 사회, 교육의 변화를 따라가며 뒷받침해야 하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고, 정치가 변화를 못 따라가면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정치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선진국이 되었고, 이제 무언가 창조적인 것으로 세계에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더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 와 있다.
"박정희 시대"로 대변되는 산업화 시대에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국민들을 응집시키고 경제 성장을 향해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일본의 산업화도 군국주의 하에 이루어졌고,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카리스마 정권에 의해 이루어졌다. 중국의 산업화도 독재 시스템이 끌고 가서 성공의 역사를 썼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정치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대통령 선거가 훨씬 더 중요하고, 대통령은 정당의 수반이 되어 정당을 구성하고, 국회의원들은 대통령과 정당의 거수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있었다.
그러한 시대에 민주주의는 시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핵심이 된다. 대통령을 누가 뽑느냐에 따라 누가 권력의 핵심을 가지느냐가 결정된다.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인권과 노동 환경 개선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도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이 정치의 형태가 된다.
시민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하고, 대통령은 스스로의 어젠다보다는 세력의 이념에 헌신하게 된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성장하는 산업화 가치관의 사회를 만들 것인가 성장을 조금 덜 하더라도 더불어 잘 사는 민주화 가치관의 사회를 추구할 것인가가 핵심 어젠다가 된다.
이러한 정당 정치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 자체가 민주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공천을 얼마나 공정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었다.
그런데 나라가 선진국이 되면 그 대결 구도의 의미가 점차 옅어진다. 성장을 위한 희생이 굶어 죽고, 고문당하고, 착취당하는 것으로부터 노동에 대한 대가가 불평등한 정도로 줄어든다. 민주화를 추구하더라도 공산주의와 같이 성장을 멈춰버리거나 역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더 분배에 두는 정도로 기회비용이 감소한다. 그래서 결국 진보적 당이나 보수적 당이나 공약이 크게 차이가 안 나는 상황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이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완성된 사회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진짜 국가의 방향을 위한 싸움이라기보다는 정권을 잡기 위한 진영 싸움이 되어버린다.
중요했던 이념의 대결이 무의미한 진영 대결이 되는 과정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길을 출발할 때에는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갈지, 얼마나 쉬면서 갈지, 중간에 얼마나 관광을 할지를 가지고 싸우고 그 선택에 대한 차이가 엄청나게 크게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네 시간이 걸릴 수도, 10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구 정도까지 오면 어느 길로 가나 큰 차이가 없어진다. 선택에 따라 앞으로 최적의 고속도로로 30분 더 가냐,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휴게소 들러 가면서 한두 시간 더 걸려서 가냐의 차이가 된다. 빨리 부산에 가는 것에 가치를 두느냐, 가는 길을 즐기면서 맛있는 거 먹는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차이 밖에 안 생기게 된다.
나라의 초창기에는 민주주의로 갈지, 사회주의로 갈지, 공산주의로 갈지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고 그 선택은 향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렇지만 민주화되고 산업화된 안정된 사회인 지금, 더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하는지 보수적인 정책을 추구하는지는 초창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임팩트만 주게 된다.
그러한 작은 차이는 크게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그 둘 중 하나만이 이기는 게임이라면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이 승리에 유리하게 된다. 한쪽 진영은 부산에 가면 빨리 가면 얼마나 좋은 줄 아느냐로 장황하게 늘어놓고, 반대쪽은 그 중간 휴게소 맛집에 대해서만 홍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게임이 단순한 양극화 진영 싸움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시대에 중요한 것은 각자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이제 선진국이 되면서 돈도 많아졌기 때문에 차도 한대로 갈 필요가 없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밥 사 먹는다고 부산에 있는 숙소에 들어갈 돈이 없어지는 상황도 아니다. 누구는 작은 차로 경주 구경 가고, 누구는 거제도 갔다 오고, 누구는 비행기 타고 일본 갔다 와도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열어놓고 보면 '우리가 왜 부산을 가려고 했지?'라는 질문도 생긴다.
우리는 왜 선진국이 되려고 했지?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러하다. "우리는 선진국이 왜 되려고 했지?" "선진국이 되면 세계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지?" "왜 그렇게 인생을 누리지는 못하고 미래를 위해 희생만 했지?" "난 무엇을 위해 회사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있지?" 이런 생각들이 시작되었다.
여유가 생기면 모두 경제 발전과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에 매몰되어 있던 시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난 스타트업으로 혁신을 이루어 세계 시장을 재편하겠어!", "난 K-pop으로 세계를 즐겁게 하고 큰돈을 벌겠어.", "난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되겠어!"라는 꿈이 "난 변호사가 되겠어!"라는 꿈보다 더 큰 임팩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시대에는 각자의 다른 꿈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나는 스타트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서 도전하기 편한 나라를 만드는 정치인이 될 거야!", "난 축구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는 정치인이 될 거야!", "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이 될 거야!"라는 명확한 어젠다를 가지고 각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자 정치의 시대
이러한 시대에는 국회의원 등의 시민 대표자들이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스타트업의 규제를 풀고 싶은데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은 모두 그것에 관심이 없다면 나의 표는 내 이해관계를 위해서는 큰 의미가 없어지고 내 실리와 괴리된 좌우 진영 싸움에 투표를 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러한 대표자 중심의 정치에서의 핵심은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도 명확히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밝힐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도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우리 정치에서는 정치인은 실제 이해관계와 괴리된 이념의 이야기를, 시민들은 생활에 매몰되어 무관심한 자세를 보여 왔다. 실제로 이제 큰 차이도 없어진 양당에서 누가 되든 정치인들만의 게임이 되어버리고 나의 이해관계에는 내가 대기업이 아닌 이상 큰 차이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1. 시민들이 스스로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어젠다를 이해
옥소폴리틱스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해관계를 생각해 보거나 표현해 볼 기회가 없었던 시민들에게는 매일 하는 정치 습관이다. 여러 사안에 대해 OX를 해 보면서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자신의 어젠다를 제시
정치인과 언론에게 옥소폴리틱스는 어떤 시민들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정치인이 시민들에게 어떤 니즈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자신의 어젠다도 만들 수 있다. 그것을 만들 수 있도록 시민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플랫폼이 옥소폴리틱스이다.
옥소폴리틱스는 OX를 통해 시민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은 되었지만 정치인들에게 데이터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문제는 아직도 풀어가고 있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보고서들은 아직 설익은 단계이다. 더 일목요연하게 이슈를 정리해 낼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