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죄가 아니다
문제는 싫은 것을 싫다고 할 수 없는 권력 구조이다
꼰대는 목이 짧은 기린이다
한때 목이 짧은 기린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그들의 키 높이에 딱 맞게 많은 나뭇잎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당시의 승자였으며 목이 더 짧은 기린들은 도태되었다. 그런데 목이 더 긴 기린들이 출현했고 환경을 급변하였다. 이제 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목이 더 긴 기린들이 안 먹는 풀만 가지고 연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목이 짧은 기린은 공감과 포용의 대상이 되아야 한다.
꼰대도 마찬가지이다. 한때 회사에서 살아남고 밤낮으로 열심히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이 최고의 찬사를 받던 시대가 있었다. 그들은 그 시대의 알파였고 그때 배운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노력과 성실함 보다는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셀프 브랜딩, 커리어 추구, 워라밸 추구 등이 더 좋은 전략이 되었다. 꼰대들은 사회에서 도태되는 존재가 되어갔고, 그들을 공감하고 포용해 주어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진화를 막는 권력 구조이다
그런데 목이 짧은 기린들은 권력이 있고 목이 긴 기린들은 권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정권을 가진 목이 짧은 기린들이 목이 긴 기린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해 나간다면 개체 간의 싸움을 넘어 종족 전체의 진화를 가로막게 된다.
밀려나기 싫은 권력을 잡은 세대와 권력이 없이 새로운 세대의 흐름을 열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권력이 편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미래 세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목이 긴 기린들을 도태시켜 버리고 공멸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가치관과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것도 잘못은 아니다. 다양한 생각 중에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고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위계적 권력구조에서 권력을 놓는 것은 각 개체로서는 사회적, 생리적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치열한 다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권력을 빼앗기보다는 끊임없는 이익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진화는 대등한 관계에서 생겨난다
꼰대는 죄가 아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나에게 싫은 말을 하면 나는 그것이 싫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그것을 싫어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꼰대 같은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지만 나의 그렇지 않은 사고방식도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등한 관계는 대결이 아닌 협상을 필요로 한다. 대결은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에게 시혜를 베푸는 일이다. 이것은 혁명과 쿠데타의 무한 권력 투쟁으로 이어진다. 협상은 공존과 진화를 위한 메커니즘이다. 서로의 이익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끊임없이 협상하고 계약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꼰대라는 말로 그리고 MZ세대라는 말로, 나아가서는 MBTI로 범주화하고 단순화시켜서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 사람은 다 다르다. 젊은 유교주의자도 있고, 나이 든 혁신가도 있다.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남성도 있고,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을 수 있다. 기독교인도 있고, 힌두교도도 있고,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사람도 있다. 그중 누가 올고 누가 그른 것은 아니다. MBTI가 나의 면모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를 규정지을 수는 없다. 다른 생각과 경험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다양성이 각자의 협상력을 갖고 끊임없이 이해 조정과 협상을 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먄 우리는 다음 단계의 사회로 진화할 수 있다. 사회가 권력 구조를 바꿔내지 못하고 정답사회로 머물러있으면, 질문이 바뀐 시대에 이전 시대의 정답만을 고수하는 오답사회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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