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 잘 다녀도 백만장자가 되는 주식 보상 제도 두 번째 이야기
그림 해설: 주식 보상 제도로 인해 해마다 우후죽순 생기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백만장자들. 19-20세기 초반의 독점 자본주의로 부를 쌓은 욕심쟁이 오리 아저씨나 모노폴리 게임의 재벌 할아버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터. 그림의 모티프는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 Golconda입니다.
주식 보상 제도는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임직원에게 보상하는 제도이다. 앞의 글 [15. 남의 회사 vs 내가 소유한 회사]에서 실리콘밸리가 왜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했는지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식 보상 제도를 요약해 보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큰 회사에서 나와 작은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 큰 회사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을 누릴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대박을 노리기는 쉽지 않다. 실예로 구글을 떠나 2010년쯤 트위터로 이직해서 4년간 3억 원어치의 주식을 받은 경력 5년 차 시니어 엔지니어의 경우, 2013년 11월 트위터 주식 상장할 때 그는 5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시대가 좀 지나기는 했지만, “백만장자 (millionaire)”는 백만 달러, 즉 11억 원 이상을 소유한 부자를 뜻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온 지 5년 된 20대 후반 엔지니어가 백만장자가 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박의 기회가 흔하게 있다 보니 큰 회사에서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서는 주식을 다 베스팅 받는 4년을 주기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곤 한다. 4년이 지나고 나면 한 회사에 계속 남아있는 기회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하게 되어 웬만하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우리나라 중소 스타트업들이 겪는 인재난을 겪지 않게 되고, 빠르게 인재가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인재 선순환의 생태계가 주식 보상 제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주식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신주 발행을 할 수 있다. 회사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의 수가 늘어나면 기존에 있는 주식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기존의 투자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정관을 통해 일 년에 주식 보상 제도를 위해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 방법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같은 금액이라도 주식으로 주는 것이 매력적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주식으로 주면 회사의 실적에 따라 직원들의 자산이 변동하므로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로 여기고 더 열심히 일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또한 회사가 자사주를 사면 시장에서 주식의 공급이 줄어들어서 주식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회사에 현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애플 정도는 되어야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이다.
상장 회사의 경우, 거래소의 시장 가격이 있기 때문에 스톡 옵션의 행사 가격을 정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비상장 회사의 경우, 회사의 주식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비상장 회사의 주식 가격은 회사에 투자하는 벤쳐 캐피털리스트들의 주식 매입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주식의 가격은 회사 가치와 세금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부 전문 기관의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409A Report)를 바탕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작은 비상장사들은 1년에 1회 정도, IPO M&A가 가까운 비상장사의 경우 분기별로 기업가치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릿 저널의 스타트업 주식 트래커에 가 보면 아직 상장하지 않은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주식을 투자 회사들이 얼마에 샀는지 알 수 있다.
스톡 옵션은 비상장 주식회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의 주식 보상 제도이다. 스톡 옵션은 "옵션"의 특수한 경우이다. 옵션은 미리 결정된 기간 안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를테면 어떤 물건을 10년 내에 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이다. 물건의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만원에 살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내렸을 경우 옵션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옵션의 가치는 0가 된다.
스톡 옵션은 주식을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이다. 어느 회사의 스타트업의 주식이 한 주당 천 원으로 평가되고 직원들에게 월급의 50%를 스톡 옵션으로 대신해서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월급이 백만 원인 직원은 1년 후 현금 600 만원과 스톡 옵션 6000주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주식이 상장되고 가치가 한 주당 20배 올라서 2만 원으로 평가되면 그 직원은 600만 원이 아닌 1억 2천만 원어치의 주식을 받은 셈이 된다. 트위터의 경우 2008년과 2013년 사이에 주식의 가치가 500배 이상 올랐다. 600만 원어치 주식을 받았으면 30억 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옵션 행사 가격은 최초 부여 시점의 주식 가격(Market value)과 동일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입사 후 회사의 주식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스톡옵션의 평가 이익은 발생하지 않으며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어버린다.
직원 스톡 옵션은 입사 시점 회사 주식의 시장 가격을 행사 가격으로 4년간 수령(vesting)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입사 1년 시점에 25%가 일시 수령 (cliff vesting) 되고 나머지 75%는 3년간 월별로 균등하게 수령된다. 옵션 행사 기간은 옵션 부여일에서 10년간이며, 퇴사 시 90일 이내에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취소된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연봉 외에 다음과 같은 조건의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입사 시점 회사 주식 시장 가격: $10
옵션 행사 가격: $10
스톡 옵션 수: 1,000 주
수령 기간: 부여일 1년 후 25% 일시 수령, 75% 3년간 월별 균등 수령하는 총 4년 수령 기간
이 직원은 1년 이후 시점부터 250주를 $10에 매입할 수 있다. 1년 후 회사의 주식 가격이 $20로 올랐다면 $2,500 = ($20 주식 가격 - $10 행사 가격) x 250주 평가 차액을 올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년 후 회사의 주식 가격이 $50로 오른다면, $40,000 = ($50 주식 가격 - $10 행사 가격) x 1,000주 평가 차액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회사의 수익 모델이 불안정하여 파산하게 되더라도 직원은 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것 이외에 추가적 손해는 보지 않게 된다.
직원은 수령된 스톡 옵션 (vested stock option)을 행사하여 언제든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행사 가격에 해당하는 매입 가격을 회사에 지불해야 하며, 매입 시 회사의 주식 가격이 행사 가격보다 높을 시에는 연말 세금 보고 시 국세청에 해당 자본 소득세를 내야 한다.
상장 회사 직원들의 스톡옵션은 행사 즉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옵션 가격보다 시장 거래 가격이 높을 경우, 스톡 옵션을 행사하면서 시장에서 바로 처분하여 차액만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비상장 회사의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현금화시킬 수 없는 주식을 갖게 되지만 그에 해당하는 세금은 내야 한다. 그 경우 상당한 현금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비상장 회사에서 퇴사하는 직원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 옵션 행사를 하든가 수령된 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비상장 회사의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주식을 받았을 경우, 이것이 현금화되는 경우는 회사가 IPO를 하여 상장되거나 M&A 되어 팔리는 경우다.
IPO의 경우, 상장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제외한 기존 임직원의 주식들은 거래가 금지되는 6개월의 Lock-up 기간이 지나면 자유롭게 주식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IPO 과정에서 기준 주주들은 명단과 각각의 주식 수가 FINRA(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 미국의 금융 산업 규제 협회)에 등록되면 회사에서 지정한 Etrade와 같은 주식 브로커 계좌를 열고 Lock-up 기간 후 거래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M&A가 될 경우는, 행사된 스톡옵션의 주식은 M&A에서 합의된 매입 가격에 따라 매수 회사가 현금으로 매수한다. 매수 회사에서 고용 승계한 직원의 행사되지 않은 스톡옵션은 교환 비율에 따라 매수 회사의 스톡 옵션으로 교환된다.
실리 비상장 회사의 전망이 밝을 경우, 퇴사자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스톡 옵션을 행사하여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비상장 기업들이 IPO가 아닌 M&A를 통해 다른 회사에 인수될 시에도 경영권을 지닌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의 주식도 100% 매입한다. 그러므로 M&A를 하면 직원들에게 대박의 기회가 된다. 지난 2014년에는 페이스북이 WhatsApp을 21조 원에 합병해서 55명에 불과했던 전 직원이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한국식 M&A는 보통 대주주의 지분만 매입하므로 직원들의 소액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 주식 보상 제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RSU의 경우 스톡옵션이 아닌 주식 자체를 제공한다. 스톡옵션과 달리 행사 가격 없이 직원에게 주식이 주어지지만 더 적은 숫자의 주식이 주어진다. 스톡옵션이 1000주를 각 $10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RSU는 그냥 200주 정도를 주는 것이다.
RSU는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테크 회사에서 스톡옵션 대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정관에 따라 일 년에 총 발생 주식의 5%까지 직원 보상 제도에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많은 직원들이 있는 상장사들은 더 적은 주식을 발행해서도 주식을 제공할 수 있는 RSU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의 경우도 행사 가격보다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경우, 평가 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평가이익이 보장된 RSU를 선호하기도 한다.
스톡옵션과 마찬가지로 직원 입사 시점에서 4년간 수령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입사 1년 시점에 25%가 일시 수령되고 나머지 75%는 3년간 월별로 균등하게 수령된다.
RSU의 단점은 받자마자 소득으로 인정되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행사 시점을 미룰 경우, 최대 10년까지도 자본 소득세 납부가 연기되고, 포기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반면 RSU는 즉시 소득이 발생하므로 높은 세율의 자본 소득세를 미리 납부해야 한다.
직원들은 내부 정보에 의한 부당 거래를 막기 위해 각 분기당 한 달 정도의 기간에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Lock-up 기간에 RSU를 받아 세금을 왕창 내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기간에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 오히려 RSU 때문에 국가에 빚만 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일이 게임회사 Zynga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다. 거래 제한 기간에 $12에 받은 RSU의 가격이 거래 가능 기간에 $2로 폭락한 것이다. 그 경우 1000주에 실리콘밸리에서 일반적인 40% 세율을 가정하면 $4800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주식을 다 팔아도 $2000만 벌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ESPP는 직원들이 주식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주식 보상 제도이다. 임직원의 연봉에서 일정률을 적립하여 6개월에 한 번씩 시장 가격보다 5% ~ 15% 정도 낮은 가격에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세금법에 따라 개인별로 1년에 25,000달러까지만 매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에 시작해 6개월간 매달 천 달러를 적립하면 6천 달러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런데 그 주식의 가격은 6개월을 시작할 때와 6개월이 끝났을 때, 즉 1월과 6월의 주식의 가격 중 낮은 가격의 15%를 할인한 가격이 된다. 그래서 바로 판다면 100% 이득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compensation package에서 현금 대신 주식 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10억 원 이상의 보상을 받는 C-level 경영진들은 현금 연봉은 2 ~3억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식 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현금 보상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다년간의 경력을 지닌 매니저들과 대학원을 막 졸업한 신입 사원들의 연봉 차이가 크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 보상을 합칠 경우,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실적이 좋은 회사 주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더 올라가므로, 누적 보상 차이 금액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주식 보상 제도의 단점은 지속적인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계속 희석된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들은 대규모의 주식 보상을 받기 어려우므로 지분율이 빨리 희석된다. 주식 보상을 위해 발행한 신주 비율만큼 주식이 오르지 않을 경우, 기존 주주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과 같은 고속 성장 기업이 아닌 전통 기업들은 주식 보상 제도를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즉, 주식 보상 제도는 고속 성장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특권이고, 인재들이 작은 스타트업에도 구름처럼 몰려들게 하는 원동력이다. 고속 성장을 하는 대기업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오늘도 전 세계의 인재들은 백만장자가 될 것을 기대하며 실리콘밸리에 몰려든다. 그리고 그 꿈은 그다지 헛되지도 확률이 낮지도 않다. 웬만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취업한 직원들은 몇 년 후 대부분 수억원대 자산가가 되어 있다. (물론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요즘 백만불이면 샌프란시스코에 방 하나 있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
글: Sarah. IPO 재무회계 컨설턴트.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자본 구조와 주식 보상 제도 관심이 많음.
그림: Chili. 디자이너. 생각을 그림으로 요약하는데 관심이 많음.
Project Group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