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는 애런과 혁신하는 브라이언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의 Will입니다.
작년에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책을 통해 역할 조직을 소개드리고 많은 질문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제일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이게 한국에 적용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후 몇 달간 그 고민을 하면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책도 읽고 현직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도 하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대기업, 수출 위주의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를 만들어온, 우리에게 멋진 오늘날을 만들어준 경제체제였습니다. 많은 문제도 있었고 많은 희생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경제 대국, 선진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조업의 핵심 원동력인 저렴한 고숙련 노동력과 국가적 지원은 지금까지 우리의 성공 공식이었습니다. 일사불란한 위계 조직은 명확한 목표와 설계도를 가지고 달려가는 제조업에게는 최적의 조직 체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제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할 정도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한 방향으로 달려가던 개발 도상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 끊임없는 토론과 이해관계 조정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더 이상 정부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 물가와 임금을 낮게 묶어 두고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 수 없어졌습니다. 서민 경제는 더 이상 재래시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며 우리나라 서민들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대부분 상위 10% 부유층 (2018년 기준 약 연봉 2천5백만 원 이상)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정부가 민주화되어 대기업의 편이 아닌 다수 시민의 정부가 되면 제조업에는 불리해지지만 대한민국은 국내외의 똑똑한 인재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이 됩니다. 높은 임금과 멋진 문화와 발전된 도시의 시설들과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워갈 소프트웨어 위주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은 전 세계 인재들에게 '대한민국은 살아볼 만한 곳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오려고 하는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 인재들이 주저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재능이 희생당하고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고 보고서에 치이고 윗사람 눈치를 보아야 하는 위계 조직입니다. 제조업에서 가장 효율적이었던 위계 조직은 혁신 산업에서 비효율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많은 기업들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수평적 조직, 민주화된 조직,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조직, 삶이 희생당하지 않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직의 여러 측면을 모아서 만든 개념이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이양하는 역할 조직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모은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가 출판되었습니다. "이기적 직원"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Self-motivated Professionals,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만 그의 동기는 토트넘의 미래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커리어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전문가의 기본 자질입니다. 우리는 이기적이라는 말이 두려워서 전문성을 숨기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없는 전문가는 전문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역할조직이 어떤 변화를 우리나라의 기업들에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역할조직으로 변모하려면 기업, 경영자, 직원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나아가 정부와 사회와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해 보았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 위계 조직을 넘어 역할 조직으로
윗사람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보고서를 많이 써야 하는 위계 조직과 보고서를 전혀 쓰지 않고 전문가들이 스스로 결정을 하는 역할 조직의 특성들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이미 태용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되었고 작년에 출판된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에서도 설명한 내용들입니다. 이 부분을 이미 잘 아시는 분들은 금방 넘어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장 성과주의를 넘어 기여 주의로
성과주의는 획일화된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하여 차등 보상을 하는 제도입니다. 10개를 만든 사람에게 5개를 만든 사람보다 두배의 보상을 하는 체제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보상을 받는 공산주의보다 훨씬 더 발전된 체제이지만 성과주의는 여러 부작용을 낳습니다. 모든 직원이 눈에 띄는 일을 하려고 하고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면 기여 주의는 주관식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성공을 위해 어떻게 기여하셨나요?"
2010-2011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은 28경기 8골 5 도움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성과지표로는 보잘것없는 숫자입니다. 그렇지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주관식으로 물어보면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집니다.
"비록 골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치차리토와 긱스에게 넘겨준 환상적인 크로스와 패스들이 있었다. 이 경기가 끝나고 영국, 스페인 등 수많은 외신에서 박지성의 치밀한 전술적인 움직임을 세세히 분석하며 찬양했고, 수십 개의 스포츠 매거진과 축구 팬사이트에서 경기 내 최고 평점과 MOM을 싹쓸이했다."
2장에서는 획일화된 기준이 아니라 각자 개성과 강점이 다른 전문가들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장 완벽주의를 넘어 경험 축적으로
제조업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년에 한 번 만드는 냉장고를 만드는데 실수가 있으면 1년 장사를 망치고 회사가 망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늘 혁신하고 진화하는 애자일 방식의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실행해보고 실수로부터 배우면서 제품을 끊임없이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그러한 실수의 경험들이 축적되어서 지금의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아마존이 되었습니다. 3장에서는 경험 축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애자일 방법론과 포스트모르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4장 기술집약을 넘어 개념설계로
제조업에서는 다른 회사에서 가지지 못한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초격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있는 경쟁력이 됩니다. 반면 혁신산업에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기술들을 가지고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나 트위터나 에어비앤비나 그 기반 기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활용 가능한 오픈소스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전에 없던 개념들은 세상을 바꾸었고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로 만들었습니다.
4장에서는 4차 산업 혁명과 기술집약을 추구하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혁신과 다른 나라에 없는, 실리콘밸리에도 없는 개념들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통해 세계적 경제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그것을 위해 정부, 기업, 직원, 학생들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무엇인가를 벤치마킹한다면 더 이상 구글, 애플,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가 아니다. 혁신의 시대는 등수와 격차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아이덴티티’로 이야기한다.
아래 링크에서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publisher_review.nhn?bid=14841603
이 책이 나오기까지 함께 고생해주신 스마트북스 식구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항상 많은 도움을 주고 가족과의 시간을 떼어 책을 쓰는 것을 이해해 준 사랑하는 아내, 딸, 강아지 루루에게도 사랑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많은 영감과 피드백을 주신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과 임정욱 대표님을 비롯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팀, 조성문 차트 메트릭 대표님,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님, 김태용 님과 태용 팀, 다독다독 팟캐스트팀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 생각들을 하나의 책으로 모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할 조직을 회사에 적용해 멋진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시는 윤자영 대표님과 스타일쉐어 팀, 항상 응원해주고 피드백을 주는 셜록 컴퍼니의 배은지, 윤호 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조언을 많이 해 주신 삼성전자의 박형진 님, 고려대학교의 조수희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책의 내용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동료이자 곧 출판을 앞둔 작가들인 에어비엔비의 박호준 님과 정총님께도 많은 피드백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주신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님,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사내 민주화' 영상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이번 책도 읽어봐 주신 주진형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센스있는 제목을 지어주신 진정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