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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May 10. 2019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한 강연

살다 보니 나에게 이런 일도 생겼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5/10/2019 금요일 아침. 한국 능률 협회에서 주최하는 Purple Brain Society에 초대를 받아 새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의 내용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정재승 교수님의 1시간 1반의 강연 시간 후 20분 정도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찬조 강연 정도의 강연이었지만 강연자는 둘 뿐이었으니 함께 강연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렇다고 할 거다.



정재승 교수님의 오늘의 강연 주제는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이다. 내가 혼자 읽었다면 아마 이렇게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아마 지극히 보수적이고 트럼프 주의와 닮아있는 주장들로 인해 몇 페이지 넘기다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규칙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옛날 사람의 시각에서 이 세상을 풀어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새겨듣고, 아이들은 선하고 순수하지 않은 야만적이고 훈계의 대상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키워야 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인생을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네 방부터 정리하라는 말은 놀라운 수준의 꼰대 정신을 보여준다. 내가 무결하지 않으면 비판할 수 없다는 생각은 생각의 진보를 근본적으로 막는다. 


남성은 도전하고 여성은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는 생각. 공감과 연민은 정치나 사업 같은 큰 일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감정이고 이성에 따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여성과 남성은 역할이 다르고 임금의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이야기까지. 


그러한 보수적인 생각을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500페이지에 걸쳐 쓴 책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다. 정재승 교수님의 말씀대로 몇 가지 원칙에 동의하면 이 모든 내용은 이해가 쉽게 가게 된다. 인생은 고통이고, 인간은 생산을 위해서 살고, 인간은 원래 악에 대항하는 십자군 같은 존재라는 전제이다. 


원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탕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이 챕터에는 남성만 등장한다.)

"15년 이내에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남자를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 여성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은 연애 상대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원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이 챕터에는 여성만 등장한다.)


"개는 사람과 비슷하다. 개는 사람의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다. 하지만 고양이는 ... 독특한 동물이다. ... 고양이는 자연 그 자체이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존재다. ... 인간보다 우월한 조재라는 느낌마저 든다."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공감하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책을 설명해주신 정재승 교수님의 강연이 끝나고 내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를 소개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다음의 말로 강의를 열었다.



"산업화 시대의 근면 성실을 공감보다 중시하는 조던 피터슨 교수님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모두 부정하셨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공감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에어비앤비의 미션 "Belong Anywhere", 즉 세계 어디를 가든 내 집처럼 느끼게 하자는 미션은 고객이 표준화된 여행만을 하면서 호텔과 관광지만 다니는 여행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 공감하면서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똑똑한 사람들이 최고의 도구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공감하여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을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의 에너지 문제 해결해야겠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테슬라와 솔라시티와 스페이스엑스를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식의 혁신 경제 체제는 돈을 벌겠다는 일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해결책을 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는 고통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아를 실현하게 하고 이미 만족스러운 삶에 더 편리함을 더한다. 아이폰은 여러분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 않는다. 이미 돌아가고 있는 업무와 생활에 날개를 달아준다.


산업화 시대의 아이들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말 잘 듣는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 전문가가 될 아이들은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키우는 것보다 마음껏 생각하고 가치판단을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와 조던 피터슨 교수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무한 투쟁의 시대에서 규율을 안 지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싸우면서 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는 오늘날의 투쟁은 이미 국가와 정치가 해결한 영역이고 혁신과 세상을 개선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던 피터슨 교수에게 자아실현은 비현실적인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나에게 자아실현은 혁신의 시대의 경쟁력이었다.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유니크한 가치가 산업화 시대에는 큰 의미가 없지만 혁신의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조던 피터슨의 이야기는 우리가 듣고 자라고 어른들이, 기업들이 생각하는 세상과 비슷했다. 내 이야기는 90년대 생들이 온대 책에서 본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과 비슷했다. 그 둘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한쪽이 옳고 어느 한쪽이 그른 것도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이 다양하니까. 서로 이해하는 것이 그 차이를 가진 여러 시각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산업화 시대 마인드셋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는 혁신의 시대 마인드 셋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 둘은 둘 다 편향된 입장에서 본 서로 다른 생각들일뿐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진보, 보수 두 가지 생각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엄청나게 넓은 세상을 보는 시각의 스펙트럼의 두 개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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