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위한 정치 플랫폼
요약 (TL;DR)
한국 정치를 변화시켜보고 싶은 마음에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던 도중 이 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프로젝트를 도와주기로 선뜻 나서 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들 엄청나게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입니다. 5명의 어벤저스 같은 팀의 노력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oxopolitics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OX문제의 답으로만 정치의 기록을 만들어가는 웹사이트입니다.
아직은 느리고 고쳐야 할 곳도 많지만 oxopolitics.com의 최초 버전을 2019년 11월 8일 밤 처음으로 완성하였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베타 테스트에도 들어가셔서 투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지금 해 주시는 투표가 앞으로 한국 정치의 지형도를 보여줄 oxopolitics.com 데이터의 근간이 될 것입니다. 중복 투표 방지를 위해 로그인을 필요로하지만 모든 투표는 익명으로 표시되며 구글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로그인을 하고 정치적 사안에 투표를 하시는 것이 부담 되실 수도 있겠지만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권력을 넘어 데이터 권력을 시민에게 넘겨주고자 하는 꿈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oxopolitics.com 정치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실리콘밸리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보고서도 없고, 출퇴근도 자유롭고, 근태 관리도 하지 않고, 높은 자율성을 평가의 잣대로 삼으면서 저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를 겪으면서 그 비밀을 우리나라에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가 5명이 함께한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였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실리콘밸리의 방법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면 기업도 잘 되고 직원들도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과 아무리 토론을 해도 쉽게 풀리지 않았던 주제가 “다양성이 왜 필요한가?”였습니다. 왜 회사에 외국인이 있어야 하고, 여성이 있어야 하고, 성 소수자가 있어야 할까? 미국인이 아닌 CEO들이 실리콘밸리에 많고 그들의 기여가 크다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의 다양성 이야기는 끝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를 소개하는 책이었던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국에 적용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를 쓰면서 저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가 ‘다양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성을 혁신을 만드는 데 거의 유일한 원동력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늘 다른 선진국과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이 간 길을 따라가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fast follower로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는 엄청난 성과이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한 제조업 fast follower들은 모든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비슷한 모습으로 발을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선진국이라는 시련(?)이 닥쳤습니다. 최저임금은 올라갔고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Fast follower로서 일본을 따라잡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더 빠른 추격자인 중국에게 제조업 시장의 많은 부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자 제조업이 일본의 소니 앞에 흔들리고, 또 일본의 소니가 삼성, 엘지 등에 흔들렸듯 전자사업도 중국의 추격과 선진국형 고비용 구조 앞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에서 일본과 미국은 각자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일본은 더 고도화된 제조업과 부품 산업에 집중하며 그들이 잘하는 역량을 더 고도화시켰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그들의 무기로 삼았습니다.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핵심 부품 공급을 막아 타격을 주겠다고 했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일본이 어떠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고도화된 기술과 부품도 언젠가는 한국과 중국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것도 한국 기업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고 한국이 국산화 시도하면서 밝혀졌습니다.
미국은 정부가 선택을 했다기보다 경제가 선택을 했습니다. 미국은 잔인하기까지 한 극한의 자유주의 경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력 없는 기업은 파산하고, 개인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습니다. 해고된 사람까지도 극한의 자유주의로 다른 회사에서 그들의 실력과 경험을 쓰기 위해 채용하거나 그나마도 안되면 그 사람은 다른 일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무언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실업자가 되고 노숙자가 되어도 국가는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의료비는 살인적이어서 돈 없고 아프고 직장도 없으면 병원도 못 가고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다 응급실에라도 실려가면 입원을 안 해도 수백만 원, 입원하면 수천만 원에 병원 빚을 지게 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개인과 기업들은 극도의 다양성을 통해 생존을 해 나갔습니다. 단일 시장에 가까운 한국과 달리 세계 시장을 바로 노릴 수 있는 미국의 기업들은 온갖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여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그 문제 해결에 비용을 내도록 했습니다. 스마트폰, 자율 주행차, 전기차, 피트니스, 소셜 네트워크, 에어비앤비 등등 실리콘밸리가 해결한 인류의 문제는 셀 수 없이 많으며 그들은 세계로부터 그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동부의 금융 산업과 군수 산업 등 생존한 사업들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전 세계에서 돈과 인재가 가장 많이 모이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제가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미국, 일본 외의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 모델도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멋진 시스템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가 미국이 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을 따르려면 일본처럼 따르지 말고 그 본질을 조금 더 이해하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 방향으로 달리던 개발도상국 시절의 대한민국에게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 국민이 한 방향으로 달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목표로 달려왔던 개발과 성장이 이제 끝나서입니다. 이제 더 이상 개발을 할 곳도 없습니다. 더 이상 달린다고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에게 그 현실을 잃어버린 수십 년의 시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혁신의 경제체제로 가느냐 일본의 길을 따르느냐 아님 극단적인 성장보다는 복지와 삶에 집중하는 유럽의 체제를 따르느냐 아니면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드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그중에 무엇이 정답인지는 물론 아무도 모릅니다. 각자 의견을 내고 모두가 함께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무한 경쟁을 통한 혁신 경제를 이루는 실리콘밸리에서 본 이야기들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선택에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가 되어 우리가 집단적 선택을 할 때 하나의 의견이 되기를 바랍니다.
혁신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은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내 옆사람과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길을 찾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사람들은 회사의 방향과 사업의 성패에 따라 회사에서 승진하여 진화하기도 하고 자신이 더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직원이 되기도 하고 저성과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 성과자가 되어 승진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회사마다, 팀마다, 상황마다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한 회사에서 실패한 사람이 다른 회사에 가면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다양성과 적자생존을 통해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그 사람들의 모습도 기업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갑니다. 스타트업일 때의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와 성장한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매우 다릅니다. 그렇게 다양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적자생존을 통해 진화를 이루어갑니다.
혁신하는 경제체제에서는 기업들도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각자 다른 미션을 가지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여 살아남는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물론 기업이 망했다고 해서 그 구성원들이 실패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또다시 와신상담하여 경쟁에 뛰어듭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다양한 기업이 각자의 미션을 가지고 경쟁합니다. 비슷한 회사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경쟁이 일어납니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트위터 등입니다. 이렇게 다양성과 적자생존을 통해 실리콘밸리는 끊임없이 진화해 갑니다.
혁신하는 국가에서는 국가 정책도 다양성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국가가 망하는 기업을 구제하지 않고 잘 나가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떠한 산업을 조성하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개인이 다양한 가운데 적자생존으로 살아남는 구조에서, 그리고 다양한 기업들도 끊임없이 명멸하는 구조에서 국가의 역할은 경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보수주의자입니다. 누구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줄 수 있는 고비용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 정치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지금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야 혁신경제를 이룰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혁신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각종 개혁을 통해 다음 세대 정치가 자리 잡을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기존 산업화 세대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산업화 시대의 논리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유 한국당의 생각들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저의 정치적 생각은 개인적 생각이고 단견입니다. 심지어 저는 한국에 살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이러한 생각을 다른 분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제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도록 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은 민주주의 생각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저는 정말 좋습니다.
이제 시민의 의견들을 통합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떠들 수 있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함께 결정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보수주의자라고 믿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좌파라고 불리는 세력에 들어가는 듯합니다. 그런데 좌우로 정치를 나누는 것은 선진국의 정치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좌에 해당하는 세력도 우에 해당하는 세력도 제 의견을 대변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 생각이 독특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 좌, 우 두 개로만 나누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좌-우 대립이 아니라 아주 세분화된 이해관계를 정치의 틀 안에서 풀어내는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2년여에 걸쳐서 해 왔습니다. 제가 한국 정치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재외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주제넘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민이 의견을 낼 때에 어떤 ‘주제'에 대한 기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어떻게 하면 한국의 좌우 대립을 통합이 아닌 다양성의 정치 시스템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제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정치 프로필을 익명으로 데이터화해서 좌/우가 아닌 대한민국 2차원 평면 정치 지형도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하기 쉽도록 OX로 제한하고 싶었습니다. 데이터 과학의 용어로 이야기하면 “political profile to binary bit vector”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적 데이터를 익명성을 유지하고 선택적으로 프로필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좌/우가 아닌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좌/우로 나누지 않고 2차원 지도로 표시하면 단순히 적과 아군이 아닌 다양한 개인들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세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다음 글에 써 놓았습니다. https://brunch.co.kr/@svillustrated/59
한국 정치를 변화시켜보고 싶은 마음에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던 도중 이 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프로젝트를 도와주기로 선뜻 나서 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들 엄청나게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입니다. 5명의 어벤저스 같은 팀의 노력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Oxopolitics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OX문제의 답으로만 정치 프로필을 만들어가는 웹사이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들을 쌓아 놓고 나중에 선거 때에도 그 당시 분위기가 아니라 오랜 기록을 통해서 누구에게 투표하게 될지 결정하는 효과도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선거 때 어떤 정당, 어떤 후보에 투표할지 내 이전 OXO 기록들을 보고 내가 언제 이 정당에 찬성했었는지, 어떨 때 반대했었는지, 실망했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정말 이 사이트가 유명해져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사용하게 된다면 나와 맞는 정치인들을 만나는 통로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 나를 대표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자를 만나서 직접 매칭을 하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꿈속에서는 이 데이터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번에 친구들과 최초 버전을 만들 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깊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재능들이 모여야 하는 일인지도 깨달았습니다.
아직은 느리고 고쳐야 할 곳도 많은 oxopolitics.com의 첫 버전을 2019년 11월 8일 밤 처음으로 완성하였습니다. 앞으로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베타 테스트에도 들어가서 투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