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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현 Jul 29. 2020

14. 욕설과 비아냥의 정치

옥소폴리틱스에도 악플들이 찾아왔어요.

정치와 욕설

지금은 극우의 상징처럼 된 욕설과 비아냥의 댓글들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수는 점잖고 진보는 팟캐스트에서 저항하고 욕설을 쏟아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나는 꼼수다, 이이제이 등도 처음에는 욕설로 가득 찬 방송들이었다.


욕설과 비아냥은 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권력이 없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아무도 안 들어준다고 느낄 때에 나오는 절규 같은 것이자 사회가 내 의견을 안 받아들여준다고 느낄 때 나오는 것이 조소 섞인 비아냥이다.


옥소폴리틱스에 있는 비아냥과 욕설의 댓글 들을 보면서 개탄하는 마음보다는 지금의 권력 구조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사이트가 모든 목소리에 권력을 실어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커뮤니티 안에서만 도는 목소리들을 끌어내어 그 목소리들과 분노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분노하던 목소리들이 참정권을 가진 주권자로서 자신이 가진 큰 권력을 자각하고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가지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욕설을 하지 않게 된다.


정치와 스포츠

정치는 본질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나누는 과정이고, 그러면 당연히 많이 갖는 사람과 적게 갖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과자 하나 나눠 먹다가도 기분 상하고 공정하냐 안 공정하냐를 따지게 마련인데 국가적인 자원 나누기가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분노도, 계략도, 불공정도, 승자와 패자도 정치의 일부이다.


선거라는 승부가 있고 승자와 패자가 있고 정치는 본질적으로 스포츠와 같다. 스포츠는 기대와 실망과 분노와 작전과 전략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환호와 불만과 비아냥과 욕설이 터져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정치가 스포츠에 비해 부족한 것이 바로 규칙이다. 정치는 스포츠와 같이 강력한 규칙이 필요하다. 작은 경기장 안에서 하는 스포츠에도 엄청나게 많은 규칙들이 존재한다. 국가 단위에서는 법이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규율하기에 충분치 못했다.


새로운 시대의 규칙

아직 우리나라의 정치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규칙이 부족하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누군가가 옳다고 주장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감하고 따르고 재생산해왔다. 그것이 내 개인적인 이익에 맞지 않더라도 국가적 대의를 위해 따르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양성을 생각할 시기이고 다양성이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각 개인의 이해관계가 정치에 세밀하게 반영되어서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착한" 사람이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동일한 가치관을 강요했던 국가주의 시대에는 가능할 수 있어도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다. 마치 페어플레이 정신만 가지고 규칙 없이 축구를 하자는 것과 같다. 어떤 선수는 아까 나를 지나가면서 몰래 때린 선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을 공정한 것으로 생각해 경기장 내 폭력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규칙이 강하고 모두에게 적용되고 그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피해의식에 싸인 욕과 비아냥거리는 말보다는 강력한 자신의 주권을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문제제기와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언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을 드러내고, 음지에 있었거나 반대로 과대 대표되었던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부족"에 기반한 옥소폴리틱스의 기능이다. 정치 성향 테스트로 만들어진 부족과 각 부족별 댓글은 앞으로 올 많은 기능들의 초석이 될 것이다.  


https://oxopolit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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