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살얼음판 아래는 공항이다.

by 서희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그 얼음판 아래는 공항이다.


나는 아직 문 앞에 서 있다. 체크인도, 짐도, 출국심사도 아직 먼 일이다. 그냥 공항 문 앞. 거기서 이미 몸이 굳는다.


갈증은 작년 여름에 시작됐다.


나는 석사도 박사도 없다. 실무경력만 넘쳐난다. 서류로 모든 것을 대체하는 나라에서 내 말에 무게를 싣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문 이력서를 문자 그대로 전 세계로 뿌렸다. 확실히는 선진국으로.


메일이 많이 왔다. 조건이 맞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스웨덴이었다.


내 머릿속과 마음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마치 정말 마음의 감기처럼, 일이 주 푹 쉬면 나을 거라는 듯이.


하지만 내 마음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감기는 아니다. 몇 년 동안 나를 힘들게 하고 있으니 — 확실히, 감기는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말렸다. 듣지 않았다.


회사를 설득했다. 모아둔 휴가로 4주를 만들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든 일이다.


그리고 지금, 출발 일주일 전.


나는 가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찾고 있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면, 가지 못할 이유라도 생겨버리면 좋겠다고 되뇐다.


두려움. 이 세 글자 때문에.


공황이 오면 몸이 먼저 안다.


굳는다. 차가워진다.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요동치는데 마치 안 뛰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숨은 얕아진다. 온몸이 뚝딱대고 막대기처럼 굳어간다.


그렇게 굳어가다가 바늘틈 같은 숨 쉴 구멍을 찾는다. 찾게 되면 사는 거야.


어제도 그랬다.


공항 생각에 공황이 왔다. 그걸 본 사람이 너무나 놀랐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 둔 못이 가득 박힌 박스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 피투성이가 되어버리고, 아프다고 절규하는 꼴이 우스웠다.


오늘 스웨덴에서 메일이 왔다. 희망과 친절이 가득 담긴 메일이었다.


물도 없이 작은 알약 하나를 삼키며 그 메일을 읽었다.


답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피투성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