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나는 자고 나면 해결되던 사람이었다.

by 서희

회사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무슨 일이지?

10분 정도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가 맑았다. 몸이 가벼웠다. 뭔가 생동하는 것 같은 느낌. 오래된 단어처럼 낯선, 생동감.

나는 잠깐 생경함에 눈알을 굴렸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이런 잠을 자는 걸까.


그 생경함의 근원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 잠을 잃은 해가 있었다. 2012년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일이 있었다.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다만 그 이후로, 눈을 감기만 하면 그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던, 그 얼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샀다. 계산대에 올려놓으면서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자고 싶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원래 나는 잘 자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눈만 감으면 아침이 됐다. 으이익, 기지개 한 번 켜고 나면 탱탱볼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

어제와는 무관한 하루가 시작됐다.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해 잠이 드는 날도 많았지만, 늘 기분 좋은 술자리였고, 숙취라는 걸 몰랐던 나는 다음 날 또 어제와 다른 오늘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자고 나면 많은 것이 해결되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잘 수가 없다.

잠으로 가는 길목에 촘촘한 미로가 생겨버렸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와도 잠에 도착하지 못한 채 눈을 뜨는 날이 있다.

그래서 약을 먹는다.

약을 먹고 잠이 든다는 것은, 기계에서 전기선이 빠져버리는 것과 같다.

언제 빠지는지 알 수 없다. 협의도 예고도 없다.

그냥 눈을 뜨면 다음 날이다.

나의 24시간 중 일부가 편집되어 버린다.

피로가 풀리는지, 에너지가 리프레시되는지 알 수 없다.

몸은 무겁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머리는 뿌옇다.

더 최악은 따로 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약을 끊을 수는 없다.

잠을 자지 않으면 다음 날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라면 버티겠는데, 기약이 없다.

그러니 약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그렇게 13년이 지났다.


오늘, 회사에서 10분을 잤다.

전원이 빠진 게 아니었다.

내가 잠든 것이었다.

몸이 스스로 선택한, 잠.

그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나는 오늘, 잘 자고 싶다는 말이 얼마나 오래된 소원인지를 기억했다.

안 되는 쪽에 오래 서 있었다.

이제는 잠드는 쪽으로 가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