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검색창에 ‘결말’을 붙이는 사람

I see dead people.

by 서희

검색창에 영화 제목과 ‘결말’을 붙여 쓰는 것이 익숙하다.
취향이 아니라 절차다.
나는 재생 버튼보다 검색 버튼을 먼저 누른다.
누가 죽는지, 누가 떠나는지, 마지막 장면이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한다.
결말을 알고 나면 어떤 영화든 볼 수 있다.
스릴러도, 재난물도, 멜로도.
하지만 결말을 모르면,
누구나 행복해진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조차 볼 수 없다.
드라마는 완결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사람들이 “이번 화 미쳤다”를 외칠 때, 나는 조용히 쌓아둔다.
결말을 충분히 인지한 후에야 시작한다.
인쇄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책도 마찬가지다.
서평을 읽고, 마지막 문장을 훑고, 대략의 끝을 확인한다.
종이에서도 나는 안전장치를 먼저 단다.

I see dead people.


나는 반전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반전을 확인하는 사람이다.
모르는 상태가 길어지면 머릿속이 먼저 달린다.
대부분은 최악의 방향으로.
예상 못 한 상황은 언제나 나를 극도로 힘들게 한다.
그래서 나는 결말을 ‘안심’으로 바꾼다.
안심을 확보해야 감상이 가능하다.
나는 불안에 극도로 예민하다.
불안해지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하나만 바꾸기로 했다.
결말을 검색하고 싶으면, 대신 줄거리만 읽고 멈춘다.
입구까지만 확인하고, 출구는 남겨둔다.
모르는 상태를 조금만 견디는 연습.
끝을 다 쥐고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은 비워둔 채 움직이는 사람으로.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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