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벚꽃나무 한 그루면 충분한 것을...

by 서희

어제저녁부터 이상하게 갈증이 났다.

물 이야기가 아니다. 상큼하고 예쁘고 알록달록한 것들에 대한 갈증이었다. 무언가 선명한 것, 윤기 있는 것, 보기만 해도 입 안이 시원해지는 것. 그런 것들이 지독하게 고팠다.


요즘 내 세상은 잿빛이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어디를 봐도 탈출구가 없다고 느끼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였는지, 어젯밤에는 AI한테 벚꽃 드라이브 코스를 검색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됐다.


출근길은 오늘도 잿빛이었다. 그 사이로 옅은 핑크가 보였다. 벚꽃이었다. 차창 너머로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망원경으로 다른 세상을 훔쳐보는 기분이라고. 자세히 보려 머리를 내밀었다. 차가운 유리가 먼저 닿았다. 알록달록한 봄세상은 유리벽 너머였다.


생각만 했다.


커피를 사러 차를 세웠다. 나오는 길에, 길 건너편에 벚꽃이 만개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건너갔다.

그 아래에 섰다.


좋더라.


그 말 말고는 미사여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좋더라.

어젯밤의 갈증이 조금 가셨다. 드라이브를 갈 필요도 없었다.

딱 한 그루면 충분한 것을....오늘 점심, 엉덩이를 떼겠다. 회사 앞을 걷겠다. 한 그루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