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직접 물어보지…

by 서희

약을 먹고 잠든 사람의 꿈은 거의 악몽이다.

전원이 꺼진 기계에 불과한 나의 뇌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런데 간혹 꿈을 꾼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출근 마지노선보다 두 시간 일찍 눈이 떠졌고, 다시 잠들었고, 꿈을 꾸었다. 보통은 그렇지 않다. 그 시간이면 약빨이 다 떨어진 뒤니까 잠들 수 없다.

낯선 아침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나에게 이유를 말해주었다. 조목조목. 우리가 이과생이었으니까, 그녀답게. 받아 적어야 할 것 같은 또렷함으로.


우리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학번이 앞뒤로 붙어있었다. 그게 우리를 친하게 만든 건 아니다. 그런 거 있잖아, 열 명쯤 되는 패밀리. 음주가무에 의무처럼 빠져 지내던 대학시절을 같이 버텨낸 사람들. 생각만 해도 현실 웃음이 삐져나오는 추억을 같이 지어간 사이.

그녀와 나는 그 안에 있었다.


이유를 모르는 이별이 있다.


나는 거듭 사과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멈추었고, 각자의 시간은 잘도 흘렀다. 이십 대에서 사십 대 중반까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왜 그녀를 잃어야 했는지. 그 상황에서 모든 비난이 왜 나에게로 왔는지. 왜 하필 내가 그 자리에 서야 했는지.

꿈속에서 들은 이유는 깨고 나면 사라졌다.

폐암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얼굴이 떠올랐다. 고장 난 오른팔을 고쳐 써 보겠다고 오른 수술대에 오를 때도 그랬다.


내가 죽을병에 걸려서 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녀는 나를 만나줄까.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는 질문이다.

같은 전공이라 경조사에서 마주치는 일이 적지 않다.

고민한다, 매번.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맞는지. 그러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색하고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 쪽은 그쪽이다. 같은 테이블이 되면 멀리 앉는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다.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른다.

모임에서 그들 부부 이야기가 나오면 나만 모른다. 누가 빼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빠져있다. 모두가 알기 때문에 건너뛰는 것이다. 그 배려가 오히려 내 자리를 더 선명하게 표시한다.

한 가지는 안다.

그녀의 남편이 우리 남편에게 나의 안부를 물었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넷이서 몇 번 어울렸던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남편은 잘 지내고 잘 회복하고 있다고 해줬다고 했다.

직접은 아니었다.

항상 그랬다. 꿈속에서, 혹은 남편을 통해서. 이십 대부터 지금까지, 직접은 한 번도 없었다.

직접 물어보지….

나는 오늘도 답을 모른다. 하지만 쓸쓸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