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나는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by 서희

캐리어를 꺼내지도 못했다.
방 한켠에 있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가지 않았다. 4월 8일 출발. 스웨덴. 4주. 머릿속엔 날짜만 있었고, 그 날짜는 절벽처럼 서 있었다.
공항 생각만 해도 공황이 왔다.

수차례였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정신과 주치의는 연수를 갈 때가 아니라고 했다. 입원치료를 권했다. 그는 학회 일정으로 스웨덴 가기 전의 나를 집중 케어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걱정했다.


그 무렵 나는 발신하는 모든 메일 끝에 이렇게 썼다.
제가 4월 8일부터 부재입니다. 4월 6일까지는 회신 주십시오.


두려운 것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고, 4월 28일엔 영어로 발표도 해야 했다.

우울증 치료 이후로 남편과 이렇게 오래 떨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공황이 올 때 나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4주 동안 없다.


상담실에서 선생님이 말했다.
"5월 2일,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을 생각해 봅시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 그렇지... 난 돌아 올 사람이잖아...


생각도 못하던 순간이다.


나는 두려웠지만 스웨덴을 다녀왔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나는 비록 심신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안전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현재시점으로 그날을 상상하는 거라고 했다. 이미 살아서 돌아온 사람으로.


그래. 나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거야. 돌아오면 되는 거야.


그제야 보였다. 나는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일을 처내고 있었다. 마감을 못 박고, 인수인계를 하고, 돌아올 날짜는 아무 데도 적지 않은 채로.
그럴 필요 없었다.
나는 인천공항에 돌아올 테니까.


캐리어는 아직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날짜는, 이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