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인정

by 서희

2019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상태는 오르락 내리락이다. 불안증과 공황장애가 따라붙는다. 약은 여러 종류다.

그 약들 덕분에 나는 멀쩡한 척 살아간다.


부작용도 여러 종류다.

기억이 지워진다. 그리고 밤에,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취침약을 먹고 나면 나는 어딘가로 간다.

그 시간에 누군가가 내 몸을 쓴다. 냉장고를 열고, 생라면을 뜯고, 떡을 꺼내고, 주먹밥을 집어든다. 정성스레 전자레인지를 돌려 해동도 한다. 많이도 먹는다. 나는 그걸 모른다.

평소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나와는, 확실히 다른 나다.


다음 날 아침, 전원이 켜져서 돌아온 나는 흔적들로 나를 수사한다.

뜯긴 봉지. 빈 그릇. 개수를 센다.


"하아......."

한숨부터 나온다.


나는 또 저질렀다.


흔적들을 발견하면 자기 비하가 시작된다.

돼지 같은 것. 인간도 아니야.

남한테는 입에 담아본 적 없는 말들이다. 나는 그 말들을 나한테 쓴다. 내가 한 것도 아닌 일로.

내가 아닌 내가 저지른 일들로 나를 상처 낸다.

아침마다 낯선 나의 흔적으로 괴로워하며, 어제보다 나를 더 미워하며 사는 내가 있다.

나는 식욕이 없는 삶을 바란다.

입에 뭔가를 넣고 씹어 삼키는 행위가 싫다. 회사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남이 보는 앞에서 먹는 내 모습이 두렵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섭식장애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일단은 인정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