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짜리 도피
인스타그램에서 숏드라마를 처음 접했다.
빠른 전개였다.
권선징악이었고, 신데렐라스토리였다.
화면에는 늘 미남미녀가 있었다.
감정은 요약되어 있고, 결론은 예약되어 있었다.
자극은 미끼처럼 배치돼 있었다.
나는 그 미끼를 정확히 물었다.
내 손가락은 다음 화로 넘어가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숏드라마 속에는 늘 재벌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권력과 재력으로 여주를 지켜주는 사람.
그의 비호 아래서는 억울함도 빠르게 정리됐다.
대리만족.
현실은 그렇게 정리되지 않는다.
악역은 자주 웃고, 선역은 자주 참는다.
내 현실은 비교할수록 초라해졌다.
그래서 위험 신호를 감지했다.
비교가 늘수록 현실이 왜곡되고 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두고,
나는 현실에 두 발을 딛기로 했다.
처음엔 “한 편만”이었다.
그다음은 “오늘까지만”이었다.
재생 버튼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나는 작은 실행을 정했다.
숏드라마 앱들을 삭제했다.
밤에는 폰을 침대가 아닌 책상 위에 두었다.
완전히 끊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도망치는 길을 하나 줄이는 것이 목표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