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가려둔 장면

by 서희

밤에 영상을 하나 봤다.
알고리즘의 장난인지 우연인지, 오래 가려둔 장면이 다시 열렸다.
오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의 얼굴이 나왔다.
나는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 장면 하나로
오래 가려두었던 시간이 다시 열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아지지 않던 vital.
모니터 위 숫자들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내가 기다리던 방향으로는 조금도 가지 않았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쪽으로
계속 손을 뻗었다.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전문가를
찾고 또 찾았다.
전화를 걸고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1 더하기 1은 2였다.
그날만은
그 단순한 계산이 틀리기를 바랐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남들이 내놓는 판단도,
눈앞에 쌓여가는 징후도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정직했다.
내가 아니라고 붙잡고 있는 동안에도
1분은 정확히 60초씩 흘러갔다.


운명은 한 방향으로 밀려가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서서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하나였다.


아무 소용도 없이.
마지막 얼굴은
그렇게 남았다.
잊힌 적은 없었다.
다만 평소에는
잘 가려두고 살았을 뿐이다.


어제는
그 가림막 위로
SNS 영상 하나가 그대로 빛을 들이쳤다.


몸이 먼저 무너졌다.
눈물이 쏟아지고
손발이 차가워지고
숨이 막혔다.
눈앞은 어두워졌고
몸은 자꾸만 꼬였다.


몇 번째 공황인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때마다 처음처럼 낯설다.


나는 겨우 약을 집어먹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 시절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시간이 정직하게 흘러가기만을.


결국 어제도
시간은 지나갔다.


나는 또 무너졌다.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