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areful
대기실 의자는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나는 이름도, 소속도, 역할도 없이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 어떤 인식표도 없이, 노바디로 대기할 수 있게 배려받았다.
나는 겁이 났지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정확히 같은 일을 겪었다.
그 사건은 우리를 저마다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팀 운영의 중심에 있던 내가 가장 크게 무너졌지만,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괜찮아.”
그 말을 붙잡고 버텼다.
불면이 이어졌다.
눈물이 뜬금없이 쏟아졌다.
가슴이 조여와 한숨을 몰아쉬었다.
낯선 사람을 피했고, 스치는 시선에도 움찔했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까지 흐트러졌다.
상황은 악화됐다.
우리는 서로를 찔렀다.
정답던 시선이 바뀌고, 농담이 사라지고, 대화가 멈췄다.
그제야 나는 인정했다.
내가 무너졌고, 팀 운영이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지 않음을 인정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미 예약해 둔 덕에 절차는 간소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선생님. 저 우선 잠을 좀 자고 싶습니다.”
말하기로 결정하니 이후는 수월했다.
힘들고, 두렵고,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잠을 잤다.
나는 정신과를 다닌다.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가능하게 했다.
숨기지도, 자랑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용설명서처럼 알려둔다.
Fragile.
Be careful.
처방받은 약을 빼먹지 않았다.
다음 진료 날짜를 달력에 기록했다.
직원들에게 더 이상 억지로 괜찮은 척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에 다닌 뒤로는, 예전처럼 진심으로 그들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