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에서 떨어진 날이 있다.
하늘이 한 번 뒤집혔고, 다음 장면은 바닥이었다.
머리가 깨졌다.
피 냄새가 났다.
어린 시절, 운동회 날.
김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엄마 얼굴이 잠깐 굳었다.
그 표정이 남았다.
또 다른 운동회에서는
유독 못하는 달리기에서 계주 선수가 되어 있었다.
달리다가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눈 다래끼를 터뜨리던 의사의 손도 기억한다.
무심했다.
나는 그 손의 온도를 기억한다.
같은 반 친구에게
모진 말로 잘못을 캐묻던 날이 있다.
그 친구의 표정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정확하다.
아파트 독서실에서
좀도둑을 잡았던 날도 있다.
나는 코너에 코너까지 몰아갔다.
결국 그 아이는 쫓겨났다.
그때 나는 독했다.
대학에서는
대놓고 부정을 요구하던 교수들과 마찰이 잦았다.
나는 바락바락 대들었다.
전사 같았지만, 대부분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이런 장면들은
끝이 없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하나를 꺼내면 또 하나가 이어진다.
이 기억들의 공통점이 있다.
나는 그날의 날씨를 기억한다.
햇살의 눈부심까지 기억한다.
냄새까지 함께 저장한다.
나쁜 기억의 기준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내가 다친 장면과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 장면이
같은 서랍에 들어 있다.
나는 너무 오래 그 서랍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덜 기억하고 싶다.
아름답던, 아름답지 않던.
지나간 일이니까.
나는 오늘, 그 서랍에서 한 발 물러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