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성인실종자

나의 지옥

by 서희

남편이 야근이라고 했다.

늦을 것 같다고 했다.

밤이 깊어가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화를 한 번 했다.
그다음엔 두 번.
그다음부터는 횟수를 세지 않았다.

머릿속은 이미 도로 위였다.
사고, 병원, 응급실, CCTV, 경찰서.

나는 한 번 생각이 나쁜 쪽으로 기울면
그 방향으로 가속페달을 밟는다.

그날 밤 나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나는 성인 실종자 신청 절차를 알고 있다.
성인 실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연락이 닿지 않는 몇 시간 동안
나는 이미 모든 결말을 다 보고 왔다는 사실이다.


예상 못 한 상황은 언제나 나를 극도로 힘들게 한다.
확인되지 않은 공백은 내 안에서 재난으로 자란다.

사실 내가 살아오면서 상상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내가 만든 지옥불 안에서 활활 타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동일하다.
나다.


이건 새로 생긴 습관이 아니다.
어릴 때도 그랬다.

바닷가에서 튜브를 끼고 파도를 타면
나는 내가 아니라 엄마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엄마가 파도에 휩쓸릴까 봐
바다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계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음장 같은 물에서 나는 멀쩡하게 놀면서
엄마가 아프거나 다칠까 봐
절대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다.


유별나다.


나는 늘 먼저 최악을 떠올리고,
그 최악으로 주변을 통제하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칙을 하나 세운다.


불안이 시작되면
나는 시나리오를 더 쓰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공백을 재난으로 키우지 않는다.


내가 태우는 지옥불에서
가장 먼저 꺼내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