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다리냐
그는 내가 큰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진 것뿐이라고 했다.
시험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아니었다.
그가 보냈다는 선물과 도시락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받지 않겠다고 했고, 버려달라고 했다.
그건 화가 나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와 함께 본 영화는 앞부분이 뭉텅 잘려 있었다.
늦게 들어간 쪽은 늘 우리였다.
기념일에 예약한 레스토랑도 비슷했다.
나는 늘 먼저 도착했고, 혼자 앉아 기다렸다.
당구장에서 그의 게임을 기다릴 때는 담배 연기와 쌓아놓은 외투에 둘러싸여 과제를 했다.
그가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면, 나는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연애편지를 쓰며 그를 기다렸다.
나는 그때,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어느 저녁,
“같이 밥 먹자”던 약속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동기들이 우르르 저녁을 먹고 돌아올 때까지, 연락은 없었다.
그때 동기 한 명이 흘리듯 말했다.
“아직 기다리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또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를 접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길,
학교 앞에서 그는 그의 친구와 활짝 웃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우리의 연애는 나의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과방에 혼자 앉아 있는 내게 별명을 붙였다. 열녀라고도 불렀다.
나는 한 번은, 그가 다른 여자에게 가 있던 시간도 기다려 냈다.
하지만 그날의 저녁 약속부터는 아니었다.
시험이 끝난 날, 술에 취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시험 끝났어. 이제 우리도 끝이야.”
그는 더 이상 잡지 않았다.
나는 내 기다림을 남에게 주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