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삭제된 댓글

by 서희
샤워할 때 음악을 한 곡만 튼다.
타이머처럼.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끝내야 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몰아붙이는 습관이다.

나는 그걸 서툰 솜씨로 숏폼으로 만들어 올렸다.

설명은 길게 하지 않았다.

그냥 장면만 놓았다.

댓글이 달렸다.

“그냥 정신병 아님?”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어떻게 알았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이니까.

나는 잠깐 피식했다.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반응이 있다는 건, 어쨌든 닿았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아 그래서 치료받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변명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냥 사실만 적었다.

얼마 뒤, 그 댓글이 사라졌다.


그 댓글을 쓴 사람이 무슨 의도로 썼는지,

무슨 의도로 지웠는지는 분명히 영원히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나는 그쪽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기로 했다.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채로 둔다.


나의 오랜 습관은 계속된다.

아침에는 풀지방 라테와 오트 밀크 라테 사이에서 망설인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라테는 마신다.

그리고 어떤 날은 위고비 최고 용량을 드르르르륵 맞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비싼 가격의 숫자에 괴로워한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우울 쪽으로 기울게 하기도 하는

오래된 습관들.

벗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안다고 해서 바로 멈춰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거창한 결심 대신

하나라도 바꾼다.

우유를 바꾸고,

댓글에 사실만 적고,

음악을 빼고도 올린다.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은 조금씩 옮길 수 있다.


삭제된 댓글은 흔적이 없었다.

대신 내 태도만 남았다.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