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나는 이미 감옥에 다녀왔다.

by 서희

좁은 이면도로였다.

주차 자리는 애매했고, 차는 반쯤 걸쳐 있었다.

후진을 하다 뭔가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브레이크를 밟고 그대로 멈췄다.


심장은 또 날뛰기 시작했고, 그다음 숨이 막혔다.

차를 세워 둔 채, 운전석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숨을 들이마시려고 애를 썼다.

잘 들어오지 않았다.

공황은 예고 없이 온다.

사고보다 빠르다.

겨우 약을 삼켰다.

물도 없이.


조금 진정한 다음에야 문을 열었다.

공유 전동 킥보드 한 대가 넘어져 있었다.

넘어진 킥보드를 세웠다.

킥보드를 굴려보았다.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벽 쪽으로 붙여 두었다.


그리고 그 주차 자리를 포기하기로 했다.

주차는 다른 곳에 했다.

그날은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다음 날, 숨이 또 막혔다.

내가 뺑소니를 친 건가.

생각은 증거보다 빨랐다.

검색을 했고, 사례를 읽었고, 최악을 먼저 골랐다.


나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자진 신고를 했다.


제가 뺑소니범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절했지만, 명확한 답은 없었다.

업체에서 어떻게 연락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


그 순간, 나는 이미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유치장 냄새까지 상상했다.

약을 한 번 더 먹었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혹시 고소인가.

혹시 출석 요구인가.

사고는 그날 났는데,

재판은 다음 날 내 머릿속에서 열렸다.


나는 일정에 여유가 생기자마자

그 장소로 다시 갔다.

좁은 도로.

벽.

그리고 그 킥보드.

내가 세워 둔 그대로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바빴다.


나는 이미 감옥에 다녀왔다.

현실이 아니라, 상상으로.


나의 오랜 습관은 계속된다.

사고보다 먼저 죄를 만들고,

확인보다 먼저 처벌을 상상한다.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안다고 해서 멈춰지지도 않는다.


상상은 줄이자.


나는 오늘 새로운 문을 열어, 안 하는 쪽의 반대편, 하는 쪽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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