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두 시에 눈을 떴다.
암막커튼은 시간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눈을 뜬 직후에는 아직 오전일 수도 있다고 잠깐 믿게 된다.
방 안은 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시간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몸은 잤는데 쉰 것 같지는 않았다.
눈만 떠진 상태였다.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떠 있었다.
하루가 반쯤 지나 있었다.
일요일이면 자주 이런 식이었다.
평일에는 몸이 먼저 움직인다.
씻고, 입고, 나가고, 도착하고, 대답한다.
해야 할 일들이 나를 데리고 간다.
일요일은 다르다.
해야 할 일이 느슨해지는 순간, 미뤄 두었던 피로가 자리를 차지한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도 작은 결심이 필요하다.
물 한 잔을 마시는 일.
커튼을 여는 일.
세수를 하는 일.
이런 일들이 다 멀게 느껴진다.
침대 옆 탁자에는 물컵과 약통이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닌 물건들인데, 그날은 그 둘이 방의 분위기를 거의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 잠은 쉬는 쪽이 아니라 지우는 쪽에 가깝다.
몸을 회복시키는 잠이 아니라, 잠깐 기능을 멈추는 방식의 잠.
그래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다.
나에게 기대어 삶을 의존하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고양이들.
식물들.
물그릇을 보고, 사료를 채우고, 축 처진 잎을 한번 만져보는 일.
겨우 그만큼을 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지쳤다.
내 몸 하나 일으키는 일도 버거운 날에
다른 생명의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을 붙들기도 하고, 더 바닥나게 하기도 했다.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창밖은 밝았다.
번아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극적이지 않았다.
쉬는 날이 생겼는데 회복이 아니라 정지가 오는 것.
그게 전부였다.
바닥에 가까운 날에는 대단한 계획이 필요 없다.
아주 작은 것들만 있다.
물을 마시는 일.
창문을 여는 일.
세수를 하는 일.
침대에서 소파로.
소파에서 창가로.
나는 오늘, 그 정도를 하는 쪽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