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반대편

by 서희

봄볕이 따뜻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라떼 한 잔. 손에 들고 운동센터로 걸어가는 길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계획은 완벽했고, 연습도 마쳤고, 약 때문에 조금 몽롱했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혜야는 아주 어려운 노래다. 그의 재능을 쏟아부은 만큼. 나는 그 노래만 들었다. 그의 호흡을 익히기 위해, 그의 감정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라이브 영상을 반복해서 돌렸다. 혜야만. 종현만.
종현이라는 롤모델이 생겼다. 그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를, 그의 말을, 그리고 그가 선택한 이별의 방법이 기록된 기사를 찾아내 기억했다.
학원 두 곳에 동시에 등록했다. 선생님한테 목표를 정확히 전달했다. 혜야 한 곡. 그것만 완벽하게 부르면 됐다.
미련이 없으려면 완벽해야 했다.
선생님은 성심성의껏 지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녀는 몰랐다. 내가 완벽을 원하는 이유를.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데려가려는 곳은 무대가 아니었다. 자기 만족도 아니었다. 그녀의 재능이 향하는 목적지를, 그녀만 몰랐다.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몰랐으면 좋겠다.
연습을 마쳤다. 공을 들인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반쯤 협박으로 잡힌 운동 약속이었다. 거절하지 못했다. 나는 성실한 편이고, 약속은 꼭 지키는 편이니까.
그는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서희님 오늘 뭐 하다 오셨어요?"
"왜죠?"
"왜 갑자기 노래를 하시는 거죠?"
거짓말을 못 했다. 이상하게. 약으로 몽롱한 상태에서도, 계획이 완벽했는데도, 그의 돌직구 앞에서는 모른 척이 안 됐다.
다 말했다.
그는 다 듣고도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쓸데없는 이야기에 운동 시간 까먹었다는 듯, 픽 웃었다.
"자, 서희님 개구리 시작하실게요. 20개요."
숨이 찼다. 몸이 뜨거워졌다. 몽롱함이 땀으로 빠져나갔다.
생각이 없어졌다.
굳이 비유하자면, 나는 죽음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이고, 그는 매우 뜨겁게 펄펄 끓으며 살아있는 사람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직구는 논리가 아니었다. 설득도 아니었다. 그냥 눈을 맞추고, 왜요, 한 마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손을 뻗어 내 멱살을 잡고 뒤흔들었다.
나는 열심히 혜야를 연습할 것이다. 공개된 그의 마지막 편지를 분석할 것이다. 혜야를 듣고 볼 것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내 멱살이, 뜨겁고 힘이 센 손에 잡혀 있다는 것은 알게 됐다.
보컬레슨 선생님과 혜야를 완성한 다음 날, 어쩌면 나는 무사히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