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 약을 숨긴다.
필요할 때만 먹으라고 처방받은 약들.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모아둔 건 나였다.
절대 찾지 못하게 숨긴 건 남편이었다.
그날 밤, 내 손에 쥔 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었다.
이 정도로는 이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나는 약통 뚜껑을 닫았다.
그래서 차를 몰았다.
핸들을 잡기 전까지 나는 종현의 부고 기사를 읽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그의 이별편지를 수없이 반복해 읽었다.
그가 남긴 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들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을 조용히 되뇌었다.
맨 정신이었다.
약이 없었으니까.
그게 오히려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밤의 자유로는 자유로웠다.
차는 많지 않았다.
나는 헤드라이트만 믿고 흘러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다.
그냥 집이 아닌 곳으로.
그때 앞에서 큰 트럭 한 대가 끼어들었다.
나는 웃었다.
트럭 뒤에 눈동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익살스럽게 윙크를 보내고 있었다.
힘들어? 에헤이. 괜찮아.
머리가 정리됐다.
아주 쉽게.
조금 늦게 심장이 제 속도를 찾았다.
수십 번 반복해서 듣던 〈혜야〉를 다른 노래로 바꾸었다.
시작은 이적의 〈반대편〉이었다.
자유로를 빠져나와
반대편 자유로를 탔다.
집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운전기사님은 알까.
그 스티커 하나가 어느 밤 누군가의 방향을 바꿨다는 걸.
왜 붙이셨을까.
차를 세우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오늘도 반대편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