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는다. 가슴 저 깊이 무언가 꿈틀댄다. '난 누구지?' ' 난 진짜 나일까?' 서욱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에 사는 존재. 그게 너니? 안녕 서욱! 너라는 이름에서 빠져나와 너를 바라본다.
마흔을 넘어섰고 누군가는 전문가라고 부르고, 또 얼마뒤엔 작가라고 불릴 생명체. 누군가는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대표라고 부르고, 딸이라 부르고, 언니라고도 하더라. 조금 먼발치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온전한 싱글로 생각하고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도 생각해.
안녕 서욱! 너는 누구니. 요새 사는 게 어떻니? 우리 솔직해지자. 내 안에서 빠져나온 너 만큼은 조금 더 온전하고 진실되게 서욱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떻니? 네가 볼 땐 어때? 서욱이 말이야. 요새 잘 사는 것 같니?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고 모처럼 만에 세계 유랑 계획도 무산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얼굴에 남겼던데. 그 친구 괜찮아 보이니?
글쎄. 괜찮은지 어쩐지. 여전히 실실 대고 주변 사람들한테 친절하긴 하더라. 그런데 그 친구도 어쩔 수 없나 봐. 다치고 난 후 처음 얼굴 상처를 온전하게 본 날. 펑펑 울었대. 몇 주가 흐르는 사이 괜찮다, 시간 가면 많이 나아질 거다 씩씩한 척은 혼자 다하더니 웃기지 않니?
아니 짠하지. 그동안 주변 신경 쓰느라 할 일 하느라 그리고 두려워서 얼굴을 제대로 못 보다가 처음 봤다나 봐. 오랜만에 펑펑 울었데. 어릴 때 갖고 싶던 무언가를 받기로했는데 무참히 무산될 때 흘리는 짜디 짠 눈물 말이야. 눈이 벌게질 정도로 우는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