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이 너는 작가가 될 거야." 초등학교 시절 학원 원장님이 운전하시다 봉고 차 앞 좌석 창문을 내리시며 건넨 이야기다. 위험한 도로 옆에서 책에 빠져 천천히 걷다가 들은 미래 일기가 되었다.
나는 특출 난 문체나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지 못했고 인정받은 적도 드물다. 그러나 글쓰기라는 행위 앞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흔들림이 없었다. 타인의 인정이나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내보이고 싶은 무언가를 제쳐두게 된다. 문장, 책, 글쓰기 앞에서 만큼은 오롯이 나다.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돈 안 되는 글, 그냥 쓰고 싶은 글, 쓰고 싶은 대로... 화자, 독자, 청자가 단 한 사람이어도 되는 행위.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앞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인생의 고난, 패배, 이별, 아픔, 상처, 혼돈 앞에서 "사람" 보다 더 가깝고 빠르게 "글쓰기"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