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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Jul 23. 2024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두근두근 콩콩, 마음이 들떠서 집중하기 어렵고 서성이는 상태?

이렇게 설레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아.. 설레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렜던 적이 언제였을까. 2006년이었던 것 같다. 제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3년 차 되던 해에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컨설턴트로부터 두 번째 직장을 소개받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제조사에서 컨설팅사로, 지방에서 서울로, 더 작아지는 연봉을, 장거리 연애를 그만할 수 있는 기회 - 이 모든 걸을 고려하고 선택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복잡 다단하고 크고 작은 변화들을 뒤로한 채 소개받은 컨설팅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스물여섯,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며 트렌디하고 고도화된 시스템과 교육을 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나의 사고와 프래임을 뛰어넘었다. 바꿔 이야기하면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 아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코끼리 엉덩이 정도였고, 코끼리 몸채 만한 진짜 세상이 거기 있었다. 그 세상을 본 나는 이전 세상에서 숨 쉴 수 없었다. 매일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나름의 세상을 가늠해 봤다. 일과를 마치고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 왜 새로운 곳에서 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첫 취업을 준비하며 사용했던 자기소개를 다시 써 내려갔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고, 고생했지만 고생이 아니었다. 작아지는 연봉 따위는 아무런 타격감을 주지 못했다.

첫 직장에서

나는 그때 매일을 현장 작업자들과 출근하며 새벽부터 참 많은 공부를 하던 때였고, 사업장에 여자 엔지니어가 둘 뿐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때였다. 일과 후 사택에서 반신욕을 하고, 아버지의 소나타를 타며 운전 연습을 하던 평화를 누리던 때였다. 안정적이고 잔잔하고, 사택까지 대기업의 비교적 남보기 좋은 삶을 등지면서 전에 없던 설렘을 맛보았다.


가족들과 남자친구의 반대를 뒤로 한채 나는 컨설팅 회사의 면접을 보았다.

그것도 3시간 동안이나.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자친구는 내게 큰 변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3시간 내내 설렜고, 그 설렘은 질문하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 모두에게 같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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