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재발견

후회(後悔)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후회란 녀석을 곁에 두고자 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삶을 살고자 스스로를 절제하는데 무게중심이 가 있었다.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올라치면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라는 합리화 기제가 더 세게 작동했다. 후회는 곧 잘못이라고 판단하며 후회의 꽁무니만 봐도 지레 겁을 먹고 도망을 쳤다.

잘하고 싶었다.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살고 싶고 누구나 보시기에 착하고 멋진 사람이고 싶었다. 칭찬받아 마땅한 인생, 인정받을만한 사람이길 늘 갈망했다.

오만이고 허세였다.

되려 후회에 내주어야 할 마음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후회와 시간을 보내기엔 생계에 급급했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왔고 나에 대한 아집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선택에 대해 진하게 후회했더라면 되려 그다음 선택에서 찾을 수 있던 더 진한 인생의 길과 깊은 관계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오늘 만큼은 자신 있고 덤덤하게 후회에 대해 고백하고 싶다.

나는 후회 앞에서 어리숙했다. 정면으로 응시하며 대화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  잘잘못에 대한 평가로 스스로를 가둬온 나의 모순을 후회한다.

후회를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