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민

넘을까 말까.

생각지도 못한 길, 가야 할까, 갈 수 있을까, 가도 될까

모든 게 극명한 때도 있었다.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 품어서는 안 되는 마음과 품어야 하는 마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과 꼭 만나고 싶은 사람, 힘든 일과 기쁜 일, 행복한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

모든 게 흐려진다.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과거 시점의 마음과 현재에서 바라보는 욕망, 만났어야 할 인연과 만나지 않았어야 좋을 인연, 돈이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의미만으로 해야 했어야 할 선택들. 사랑이었을까.

흐려지는 걸까, 넓어지는 걸까.

흐려지는 걸까, 깊어지는 걸까.

흐려지는 걸까, 인간적이 어지는 걸까.

흐려지는 걸까, 이제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걸까.

생각하기 싫어서 극명했을까.

무섭고 두려워서 선을 그었을까.

솔직하기 어려워 통념 뒤에 숨었던 걸까.

넘는 걸까. 이제껏 넘나들었으면서 모른 척했을까.

신념과 가치관,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나 중요했던 걸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통제하고, 절제하며 살아왔을까.

'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

열정이 샘솟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간, 몸과 마음이 이끌리는 에너지, 이유 없이 편한 사람.

수많은 '그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들.

그 시간을 통과해야 할 시절이 내게도 온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