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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번째

by 션샤인

브런치에 234번째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가 삶 속으로 들어온 지도 7년이 넘었다. 울고 싶은 날, 억울한 날, 기쁜 날, 인상적인 날에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을까 혹은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넘쳐 나올까 걱정이 되는 순간을 흰 백지 위에 내려놓곤 했다.


글쓰기는 마음이 어렵고 가난할 때, 헤맬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곁에 있어 주는 내밀한고 친한 벗이 되어 주고 있다. 개인 블로그에도 글을 남기고, 글쓰기 폴더에 한글 파일로 남겨둔 글들이 제법 많이 있다. 브런치에도 233개의 글이 쌓였다.


브런치의 경우 구독자수는 60명 남짓이고, 한 개의 글에 많이 받아본 좋아요 수는 30개를 넘긴 기록이 최대치다. 타인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글들이고 순전히 나를 향한 글쓰기를 하고자 마음먹고 기록용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모른다. 앞으로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때문에 글쓰기는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모니터 앞에 앉는다. 흰 화면 위 커서가 깜빡일 때마다 가슴이 콩닥 거린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진짜 나 사이에 커서가 들어와 글밥 위로 진짜 나를 번쩍 들어 올리곤 한다. 나는 조용히 내 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깨우는 박력 있는 글쓰기를 정말이지 진정으로 좋아한다.


제법 긴 연휴 동안 깊이 있게 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진짜가 되고 싶다. 파고들고 싶다. 이런 상태의 나에겐 글쓰기가 절실해진다.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 정리해야 할 것들을 화두로 삼기로 했다. 정리를 화두로 글을 쓰려다가 많은 물건들을 무지막지하게 버렸다. 버릴까 말까 했던 모든 것을 버린 셈이다. 마치 이사 가는 사람처럼. 글쓰기는 행동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후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전에는 나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관계를 칼 같이 정리해 왔다. 물론 일방적이었다. 지금은 서두르지 않는다. 지속가능하게 만날 인연인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하니까.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최선을 다하는 게 되려 인연의 시절을 정리해 주는 기분이 든다.


정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모든 정리에 앞서 정리해야 하는 건 과거의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2025년을 어떻게 살지를 233개의 과거의 글을 반추하며 제대로 정리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233개의 생각, 고민들, 다짐, 후회를 프린트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오로지 나를 향한 글이었지만 자신에 대해 파고드는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있다면 건져 올려 정리해 보면 어떨까. 글의 결에 따라 쪼개고 묶어 하나로 이어지는 줄기의 스토리를 찾고 정리하여 출판사에 투고해야겠다. 어쩌다 아주 운이 좋게 날것 그대로의 나의 인생과 글에 공감하는 편집자를 만난다면 두 번째 책으로 목소리를 내게 될지도 모르니까.


올해 상반기에는 소개팅 후 애프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려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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