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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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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Jul 19. 2020

무제

없는 사람처럼. 우리는 같은 공간 안에서 똑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에게 투명한 존재.


내 옆자리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도 대화가 전혀 들리지 않는 척했고, 거리에서 마주쳐도 일부러 딴청을 하며 보지 못한 척했다.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존재의 목소리와 냄새를 철저히 부정했다. 아파 보여도 슬퍼 보여도 즐거워 보여도 아무 느낌이 없는 척했다.

높은 벽을 쌓고 그이의 어떤 것도 나에게 닿지 못하도록 했다. 처음엔 눈앞에서만 사라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방음벽도 설치했고, 미세한 틈도 찾아 모두 막았다. 견고하게 닦고 조였다.

가 보이지 않게 된 지 500년이 흘렀다.

나는 여섯생째 이 일에 몰두해왔다.


나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떤 존재로 흥건해졌다.


" 나는 왜 이 일을 계속하고  걸까?"...


끝이 보이지 않은 성벽 안.

질문과 나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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