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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by 션샤인

문득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산이 늘어나서도, 엄청난 행운이 있어서도 아니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해도, 에어컨 없는 집이 답답해도, 전세 계약금을 5% 올려 달란 요구에도 마음 상하지 않아서다. 옮기고 싶은 사무실을 찾아 헤맨 지 근 2년이 되어도, 5kg 가까이 빠졌던 살이 다시 쪄도 괜찮아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고, 누군가의 음훼를 받아도 시절 인연에 미련이 없어서다.


문득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날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하기 싫은 일을 욕심 때문에 선택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되는 일을 선택해야지,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기꺼이 나누리리라 궁리하며, 꿈의 공간을 상상하고 스케치하는 겹겹의 오늘 하루를 ㅡ 뜻하지 않은 불행과 불운에 버물려 꼭꼭 씹어 먹는 상상을 하며 글쓰기로 마무리 하는 오늘 하루.


오늘 하루들 덕분에,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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