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생 화두

고통, 그대에게

by 션샤인

"생은 고"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해지는 순간, 진짜 인생을 알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웃고 있어도, 즐거워 보여도 말 못 할 아픔이나 슬픔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나마 가늠한다. 서점을 즐겨 다닌다. 도서 구입도 잦은 편이다. 사회, 과학, 경제, 경영 서고를 돌다가 인문 섹션에서 걸음을 멈춘다.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책들 앞에서 행복의 반대편을 떠올린다. 왜... 왜 고통에 대한 책은 없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짝꿍처럼 고통에 대해 언급하긴 하겠다. 생은 고라는데 진짜 주인공인 '고통'이란 단어를 살짝 숨겨둔 느낌이다. 고통... 고... 우리 삶의 대부분을 메우고 있는 건 행복이 아니라 행복과 먼 녀석들이지 않나. 이만하면 괜찮은 일상이라 여기는 건 행복해서라기보다 불행에서 오는 고통이 적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복이 시대정신처럼 여겨지는 때에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꺼내지 않는 이유다.


만족이란 단어에 기대어 산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이만하면이라는 기준도 순전히 내 것이다. 스스로 괜찮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들로 채우는 삶. 짜릿한 행복보다는 편안한 만족감을 일상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피할 수 없는 불행에 사용한다.


만족은 행복보다 단단하고 묵직하다. 차곡차곡 쌓아 오려 벽돌집이 된 만족들은 불행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것이다. 고통이란 무릇 너무도 주관적이어서 고통을 '고'로만 받아들이는 내공이 필요하다. 고를 통증으로 느끼지 않는 무딤과, 고를 창조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센스야 말로 인생의 내공이 아닐까.


고통의 정점에서 오는 무기력에 허우적거리며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것조차 너무도 힘든 어떤 날을 떠올린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고, 그저 숨 쉬는 게 장한 일이라 여겨질 때도 있다. 이때의 내공은 빨리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지지부진하고 못난 나에 무뎌지는 일이다. '이럴 때도 있는 거지'라는 봐주기.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어지러워 잠이 오지 않는 날에도, 벌떡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글이라도 쓰려고 마음을 돌리는 일. 예쁜 행복보다는 멋없어 보이는 고통에 대처하는 내공이 있는 사람들만이 생의 고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 행복에 닿지 않아도 만족에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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