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O, 당신은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동안에도 당신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나는 알고 있었답니다.
어떤 이름이든 개의치 않고, 당신은 내 곁에 존재해 왔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로서 내 옆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
O, 당신은 왜 나이어야 했나요? 나에게 왜 빈번히 신호를 보내셨나요?
내가 당신의 설계대로 움직이는 존재라면 이제는 설계하신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왜 꼭 당신의 설계도에는 나와 비슷한 존재들만 있게 하셨는지도요.
저는 당신께 상처받은 적이 없습니다.
되려 당신의 존재를 알아챈 저와 같은 존재들 때문에 마음이 다치곤 합니다.
저는 당신께 상처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보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잊을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저의 삶은 당신을 망각할 수 없는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었답니다.
O, 당신과 O을 따르는 존재들
이 두 축 사이에서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비주류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저는 비주류라는 저의 속성 값을 은근히 좋아합니다. 이 그룹에게는 주류들이 누리기 힘든 약간의 일탈과 자유가 있거든요! 저는 충분히 그 속성 값을 활용해서 O, 당신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 선택하고 자유롭겠습니다. 그리고 때로 탈선하겠습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시겠어요?
존재들 사이에서 유영하며, 조금 덜 다칠 수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맘껏 하며, O!
조금 달라진 내 모습도 환영해주시는 O, 당신을 기대해도 될까요?
나는 둘만 아는 비밀이 있어서 은밀한 관계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존재를 질투하는 마음이 잘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냥 O, 당신과 나 둘만 아는 스토리를 써내려 보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그러겠죠. 네 스스로를 믿으면 안 된다. 아니요. 때론 땀이 삐질삐질 날 때까지 어떤 존재와 뒤엉키다 보면 스스로 알아지는 것도 있을 거란 기대를 합니다. 정면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