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잃어도

by 션샤인

나는 가끔씩 심하게 휘청거린다.

흔들흔들하다가 털썩 주저앉기도 한다.


그거,,, 그게 왜?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다.

주저앉는 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 참에 쉬어가며 다시 감사하고 다시 반성할 기회가 있는 그런 축복...



#1

며칠을 집안에 갇혀있다.

컴퓨터와 사람만 있으면 되는 컨설팅 특성상 약간의 들뜸이 사라지고 집안에서 차분이 일처리가 된다.

스웨덴에 있는 인턴과 울산에 있는 직원과 서울에 있는 매니저와 세종시에 있는 디자이너와 소통한다. 화상 미팅과 전화기로 우리의 열정이 흐른다. 해외에서 국내로 태도가 보인다. 나는 참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2

이틀에 걸쳐 냉장고 대청소를 마쳤다.

냉동고에 쌓여있단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정리했고, 냉장실에서 오래된 음식들과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음식들 모두 과감하게 정리했다. 5리터 음식물 쓰레기봉투 3개 이상을 썼다.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누군가 마음과 정성을 담아 해준 음식들을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린다. 세상 저 편엔 기아로 죽어가는 존재들도 많은데 이 죄를 다 어쩔까 싶다. 냉동실 쓰레기들을 모아 모아 처분하는데 구역질을 몇 번이나 참았다. '네가 버린 거다' 도대체 음식물을 처리하시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떨까? 음식 앞에서 늘 죄를 짓는 기분이다.


#3

생에 처음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다.

일요일 1시에 오픈하는 곳에 12시에 도착했는데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줄을 기다리며 짧은 철학책을 모두 읽었다. 사전 정보를 등록하고 지침을 안내해주시는 분, 신분증을 보고 체크하시는 분, 면봉으로 검사해주시는 분들을 난 처음 봤다. 운 좋게 그간 검사할 일이 없었다. 첫 경험이었다. 전염병으로 인한 세상이 온몸으로 들어온다. 특히 면봉으로 검사하시는 분들은 두 팔을 앞으로 빼고 계속 서계시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인류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대 재앙이 극에 달할 지구에서 어떤 편에 설 것인가? 돕는 사람이 될 것인지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될 것인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피부에 와닿게 생각해보고 있다. 식약처에 있는 동생은 곧 내가 본 사람들처럼 돕는 사람의 편에 서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지금도 불철주야 일하지만... 마음을 다해 고맙습니다. 하고 나왔다. 그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4

SK계열회사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연구개발 센터장님, 임원, 연결된 회사 대표님들...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좋아한다. 세상엔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멋은 가치관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듣는 게 좋다. 이메일 수신하는 방식, 첫 번째 인사, 마지막 인사, 전화를 끊는 타이밍, 말투 등에서 다양한 걸 느낀다. 인터뷰를 통해서 회사와 팀, 사람 모두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게 된다. 조금씩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구는 버틸 시간이 별로 없다.


#5

이런저런 꿈들을 꾼다.

대체로 꿈을 자주 꾸는 편이지만 반복되는 상징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전에 없는 꿈의 양상들이다. 나는 아마도 새로워지려나 보다. 나보다 나의 마음보다 가끔 꿈이 앞서곤 한다. 그 내용이 좋든 좋지 않든...


#6

사무실을 옮기자.

공유 오피스를 생각하다, 단독 사무실을 얻기로 마음먹었다. 격리 해제 기간이 끝나는 대로 www.econine.kr의 아이덴티티와 어울리는 사무실을 얻을 것이다. 대대적이고 때론 귀찮게 느껴지겠지만... 이제 나만이 아닌 에코나인 식구들의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 ESG를 사랑하는 인류애 넘치는 사람들이 함께하길... 그런 마음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야겠다.


#7

1% for Planet에 가입 진행 중이다.

에코나인 매출액의 1%를 기부한다. 물론 기부처도 에코 나인이 선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앞으로 다른 형태의 사회공헌도 생각해볼 것이다. 올해 에코 나인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째는 좋은 친구들과 일하기 위해, 에코나인의 비전을 확실히 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일들을 확대할 것이다.


#8

의사분이 만든 화장품 회사의 ESG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방문했을 때도 회사 곳곳에서 느껴지는 문화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던 회사였다. 에코나인을 선택하는 기업들은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미팅 한번 후 요목조목 묻지 않으시고 에코나인을 선택하신다는 것...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인연들이다. '저희가 에코나인에 힘을 좀 실었어요. 저희 결과 맞다고 생각했어요' 팀에서 해주시는 이야기들이다. 오랜 인연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의미 있는 시작을 열어드려야겠다.


#9

편집 시즌이 되었다.

수십 개의 부서로부터 날아온 원고를 촥촥촥 편집해 나갈 예정이다. 심호흡을 꾀 오래 했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빛의 속도로 퍼즐을 꿰어 맞춰보리라. 이사회에서 처음으로 중요성 평가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고했고, 대표님께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팔에 끼고 다니시며 수시로 보시겠다고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워싱이 아닌 진정성, 팩트가 아닌 스토리로 소통하는 그림을 그려보겠다.


가끔은 길을 잃어도... 잃어도 괜찮다고 이제까지 열심히 해왔다고 이야기해주는 친구가 더 생겼다.

가끔은 길을 잃어도... 친구들에게 기대고 가족들에게도 기대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힘 빼고 다시 내 속도로 천천히,

털썩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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