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이라는 실험실

존 듀이가 말하는 진짜 경험을 통한 성장의 조건

by 박예찬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해봤다’는 사실만으로 경험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교육 철학자 존 듀이는 고개를 가로저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경험이란 단순히 사건을 겪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나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끊임없는 재구성’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능이 외주화 되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직접 몸을 던져 ‘행하는 것’은 왜 더 중요해질까요? 듀이의 철학을 빌려 제가 생각하는 경험의 본질을 두 가지 기둥으로 세워보았습니다.


1. 계속성과 상호작용: 나의 기둥(I)과 세상의 주파수가 만나는 지점


존 듀이는 모든 경험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성장을 방해하는 단절된 경험이 아닌, 진정한 성장을 촉진하는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둥이 맞물려야 합니다.


1) 계속성의 원리: 나라는 기둥(I)의 수직적 확장


듀이가 말하는 '계속성'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통과해 미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것은 제가 강조하는 'I자형 인재'의 뿌리와 닮아 있습니다.


어제의 작은 성공 경험은 오늘 나의 내면에 단단한 근육을 만들고, 오늘 내가 겪은 시련은 내일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수정합니다.


경험은 낱개로 흩어지는 파편이 아니라, 나라는 기둥을 아래로 깊게, 위로 높게 세워 올리는 누적된 시간의 층위입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경험을 토대로 이어나가는 계속성이 필요하다. / AI제작

2) 상호작용의 원리: 외부 환경과 맞추는 수평적 주파수


경험은 내면의 의지라는 '날줄'과 외부 환경이라는 '씨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듀이는 개인의 내적 조건과 객관적 외적 환경이 유기적으로 대화할 때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파티션 너머의 선배를 관찰하는 외부적 자극(환경)과,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주도적인 의지(내면)가 충돌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나만의 주파수'를 세상에 발산하게 됩니다.


결국 듀이가 말하는 경험의 본질은 '나라는 단단한 기둥(계속성)'이 '세상이라는 넓은 장(상호작용)'과 만나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해 나가는 역동적인 대화입니다. 이 대화가 멈추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서사를 가진 인재로 거듭납니다.


2. 'Learning by Doing': 실행은 가장 정교한 실험이다


듀이는 지식을 ‘전달받는 보따리’가 아니라 ‘직접 캐내는 광물’로 보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행함으로써 배우기(Learning by Doing)’는 AI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맞추기를 시작해야한다. 실행을 하면서 완성품을 만들어간다. / AI제작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수만 가지 가설은 한 번의 서툰 ‘실행’보다 가볍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손끝으로 느끼는 저항감, 예상치 못한 변수와의 만남이야말로 듀이가 말한 ‘진보적 교육’의 핵심입니다. 지능은 AI에게 외주화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몸에 새기는 이 감각만큼은 결코 복제될 수 없습니다.


3. 실행의 완성은 ‘피드백’이라는 검증(驗)에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나옵니다. 실행만 하고 끝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체험’에 불과합니다. 듀이가 강조한 ‘재구성’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실행 후의 피드백이 필수적입니다.


동양의 경험(經驗)에서 보았듯, 지나온 길(經)이 나의 실력으로 남으려면 그것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험(驗)’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은 왜 작동했을까?
내가 놓친 환경적 변수는 무엇인가?


실행한 내용을 돌아보며 다시 실행계획을 세우는 피드백과정이 중요하다 / AI제작


실행 후의 피드백은 나의 내적 조건과 외적 환경을 다시 정렬하는 시간입니다. 이 피드백을 통해 실패는 ‘오답’이 아닌 ‘가설의 수정’이 되고, 성공은 ‘운’이 아닌 ‘재현 가능한 실력’이 됩니다. 피드백이 없는 실행은 맹목적이고, 실행 없는 피드백은 공허할 뿐입니다.


존 듀이는 교실이 하나의 작은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일상 또한 매일의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모든 정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직접 해보는 용기'와 '결과를 겸허히 복기하는 피드백'입니다. 단순히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내일의 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질문하십시오.


오늘 당신이 감행한 작은 실행과 그 뒤에 남겨진 묵직한 피드백 하나가, 당신이라는 기둥을 가장 단단하게 만드는 ‘진정한 경험’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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