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동반자, 회원님

트레이닝 에피소드 1

순종형 회원은 트레이너의 활력소


‘무지개 원리’라는 책을 쓴 차동엽 신부는 처음엔 무지개라는 희망의 단어를 적기 보다는 먹구름과 같은 비판적인 언어로 타인의 글들에 꼬투리를 잡았다가 점점 모습이 어두워짐을 깨달고 현재는 ‘희망 나눔이’의 삶을 살고 있다. ‘무지개 원리’에 이은 ‘희망의 귀환’이라는 책을 쓰면서...

솔직히 나는 사람들의 평판에 귀가 얇은 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바늘에 찔리면 침소봉대하며 과잉 반응을 보인다. 그리곤 침울함이 오래 간다. 자존감이 낮은 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내 주변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타인의 질타는 작은 것일지라도 받는 당사자에게는 가슴속에 조금씩 쌓여간다.

전공자가 아닌 채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내겐 틀린 곳을 지적하는 것 보다는 그중 잘하고 있는 하나를 칭찬해 주는 댓글이 귀하고 힘이 된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그러하다면 다른 사람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숨은 장점을 찾아 부각시킬 수 있는 댓글을 적고 싶다. 긍정의 한줄 말이다.

댓글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가 내리면 그만이다. “부족한 것을 돌려 말했구나!”라고 스스로 깨닫게 되면 의기소침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에...

이처럼 긍정적인 생각과 말은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 특히 우리 뇌는 다양한 정보들 가운데 반복적으로 보내는 신호(또는 강한 자극)들에 대해선 먼저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통증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문조절설’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표현하자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옷과 몸에 배인 음식 냄새를 제거할 때 향수를 뿌리게 되는데 뇌는 음식 냄새와 향수를 동시에 처리하는 문(gate)이 없기 때문에 더 자극이 강한 향수를 먼저 받아들임으로 옷과 몸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사람의 감정을 말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반대 감정을 가질 수 없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문이 없다. 그러하기에 절망을 줄곧 생각하면 희망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되는 것이다.


회원을 지도하다 보면 각각의 성격이 들어난다. 차분하게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식으로 급하게 동작을 끝내버리는 회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회원의 성향 중 가장 다루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의심형’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부류의 회원은 매사에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어서 가르치는 내내 얼굴에 표정 변화 없이 무뚝뚝하게 반응한다.

수업이 끝나면 따로 전화해서 ‘오늘 운동한 부위가 아파서 생활에 지장이 많다면서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딴죽을 건다. 그런 경우엔 솔직히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세운 목표 또한 현저하게 저조하여 서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곤 한다.

반면에 ‘순종형’ 회원이 있다. 절대 긍정과 과도한 호응이 특징이다.

“아, 네 그렇군요. 너무 좋은데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런 회원을 지도하고 있으면 힘이 나고 더 자세히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회원의 결과 도출은 당연히 좋게 나온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절대 긍정인 회원에게는 떡 하나 더 주고 싶다.


우리의 마음에 희망의 의자, 긍정의 의자가 앉을 수 있도록 좋은 생각과 말을 생활화 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정신의 살을 찌우는 것이 우선이다.


“살 좀 빼 주세요, 죽을 것 같습니다!”


168kg의 초고도 비만인 개그맨 김수영은 수면 무호흡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선배 개그맨인 이승윤에게 찾아갔다. 이승윤은 사람하나 살리는 마음으로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수영이를 위해서 전 국민이 응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전처럼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으로 이슈화 했다. 이승윤의 그런 선언은 두 번의 성공적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일 것이다.(헬스보이와 헬스걸)

168kg까지 체중이 증가 했다면 김수영은 분명 수면 무호흡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사성 질환과 심혈관 질환으로 힘든 나날을 버텨 냈을 것이다. 삶의 질은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김수영의 건강 프로젝트가 감동의 물결을 타고 12주 만에 59kg을 감량했다. 김수영은 조금씩 얼굴의 환한 미소와 더불어 목선이 선명하게 생기는 변화를 보였다.

살을 빼니 꽃미남이다.

12주 만에 59kg을 감량 할 수 있게 된 그의 일상이 궁금하여 나는 김수영의 운동 습관과 식습관을 검색해 봤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없었다.

아침 8시와 점심 12시 반 그리고 저녁 6시에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식단은 대부분 현미, 우거지 된장국, 북엇국, 미역국, 계란찜, 샐러드, 두부찜, 시금치나물, 버섯 야채 볶음 등의 칼로리는 적고 포만감이 오래가는 음식 이었고 운동은 하루에 두 번 30분씩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운동으로 체지방 분해를 돕기 위한 적정한 운동 강도였다.


나를 찾아오는 회원 중에도 김수영과 같이 고도 비만인 경우가 있다. 운동과 식단 또한 위와 비슷하게 맞춰서 진행한다. 그러나 내 회원의 체중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왜 그런 것인가?

영양학적 관점과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체중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 일터인데...

예전에 한창 인기 있었던 ‘숀리’라는 트레이너가 고도 비만인 사람들을 모아놓고 단체로 체중을 감량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매 주마다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나또한 흐뭇한 감격에 격려와 응원을 마음으로 빌었다. 그리고 “일반 휘트니스 센터에서는 위와 같은 고도 비만인 사람은 절대 체중을 줄일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체지방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3대 영양소)지만 체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지만 안팎으로 환영 받지 못하는 불청객이 돼버린다. 애물단지도 그런 애물단지도 없다. 김수영이 보여준 초등학교 사진은 6주 후의 감량 체중인 128kg때의 모습이라고 한다. 충격 그 자체였다. 얼굴이 완전 범죄자처럼 흉악스러웠다. 얼굴로 인해 같은 반 친구들이 대놓고 비웃지는 못했을 정도다. 그런데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그런 모습이었다면 아마도 대인 기피증에 걸려 성격에도 큰 장애를 가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는 퍼블릭 센터에서는 심적인 위축 상태를 먼저 느끼기 때문에 운동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성격의 변화가 생겨서 운동 중에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쉽게 낸다.


내 의뢰인(고도비만)도 어머니의 권유로 개인 수업을 하게 되었지만 도통 생활의 변화를 보이질 않았다. 식습관과 운동습관 모두...

일반적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21일 동안 꾸준히 반복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21일이라는 기간은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중요한 시기이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황금률인 것이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안하던 운동을 하게 되면 뇌에선 이러한 자극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여 방어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자꾸만 졸리게 하거나 배고픈 신호를 보내서 평소에 보유했던 칼로리 량을 되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21일이 지나면 뇌 에서는 모든 환경을 리셋 하여 조절된 칼로리 량으로 몸의 살림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졸리고 무기력하고 배고픈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중감량은 정신의 살을 찌우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은 체중감량에 있어서는 꼭 들어 맞는다

주변 사람들(센터를 이용하는 회원)도 외모로 판단하는 편견을 버리고 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정신의 살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도 일반 센터에서 편안하게 땀을 흘리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DOMS(delayed oneset of muscle soreness)에 대한 회상


수업을 마치고 회원은 운동에 대한 시원함과 뻐근함 그리고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받지 않고 쑤시거나 아프거나 아니면 땀나지 않게 밋밋하면 회원은 불만을 호소한다. 비싼 돈 내고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생각하면 레슨을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퍼스널 트레이너들은 매 순간 수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내가 근무 하고 있는 센터에서는 수업을 3시간 이상 연속으로 잡지 못하게 되어있다. 3시간을 넘어서 4시간을 연속적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수업을 건성으로 하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권 마스터(퍼스널 트레이너 담당자)가 나를 불렀다. 수업에 대한 컴플레인 건이 나왔다고 한다. 불만에 대한 경위를 들었다. 황당했다. 이유는 지나친 근육통증으로 생활의 불편함이 왔다는 것이다.

이곳의 상담 프로세스는 먼저 회원이 퍼스널트레이닝(PT)수업을 받고자 원하면 운동 전문 카운슬러인 권 마스터가 1차로 회원에 대한 전반적인 몸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회원의 몸 상태와 성향에 맞춰 담당 트레이너를 배정한다. 배정된 트레이너는 다시 회원과 퍼스트 미팅을 통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파악한다. 그런 후 회원의 운동 플랜을 세팅하게 된다.

그런데 불만을 호소했던 회원은 신규 회원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트레이너에게 수업을 받았는데 그 트레이너가 퇴사를 해서 내게 인계된 경우다. 그래서 회원의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전에 퇴사했던 트레이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원의 성향을 물어보았다. “운동력 좋고 근육운동 많이 했고 아픈 곳이 없어서 트레이닝 편하게 하시면 되요.” 나는 그 말을 참고하여 상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첫 수업을 했다. 이런 저런 근력 테스트와 움직임 테스트를 해 봤더니 정말 운동력이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 큰 근육 중심의 다양한 운동을 적용하였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권 마스터를 찾아가 근육통증이 너무 심해서 심장이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나와 수업을 할 때는 전혀 불만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아서 수업 잘 됐다고 생각했다. 뻐근함과 개운함 정도를 줄 수 있는 강도였기에...


그 이후로 회원은 환불을 요청하였고 나는 그에 따른 1개월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 처음엔 내게 주어진 처사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었다. 운동을 하다보면 DOMS가 와서 72시간동안 근육통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런 걸 가지고 감봉을 한다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짜증나고 트레이닝에 자신이 없어졌다. 회원에 대한 울렁증까지 몰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회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봤다.


회원은 DOMS라는 개념을 모르기에 심한 근육통을 겪게 되면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하고 의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다면 운동하기 전에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3일 정도는 지속된다는 설명을 해 줬어야 했다. 그리고 인계회회원이라고 회원과 충분한 상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한 것이 화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권 마스터에게 찾아가 징계를 달게 받겠다고 말하면서 나의 실수를 인정했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회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밖에서 만남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운동에 필요한 매니저 역할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날 컨디션을 체크하고 회원의 표정도 읽어야 하고 회원의 식사 습관 및 생활 습관 그리고 운동습관을 기록하여 피드백을 줘야한다. 운동 중간 중간에 건강에 관한 전문 지식도 쉽게 전달해야 하며 회원과 대화를 통해서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잘 파악했다가 쉬는 시간에 같이 함께 대화도 나누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교양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다. 책에 대해서는 많은 회원들이 할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부터 역사 및 고전 자서전과 소설 그리고 종교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읽게 되었다. 어느 날 회원이 한권의 책을 선물해 주셨다. 두 권을 샀는데 한권은 본인이 읽고 한권은 나를 준 것이다. 그분은 70세 고령이셨다. 그에 맞는 책을 주셨다. <이승만의 삶과 국가/오인환>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나는 3일 동안 611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다 읽고 회원과 책에 대해서 대화를 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벌써 3년간 400여권에 달한다. 매니저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책읽기에 대한 말까지 나왔는데 중요한 것은 회원을 트레이닝을 하는데 있어서 단지 운동만 지도하는 역할에 국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기 때문에 자율신경의 조율이 필요하다. 트레이닝은 흐름이 중요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회원에게 운동 후 느끼게 되는 몸의 상태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늘 그날 컨디션이 몇 퍼센트인지 확인하고 한주간의 생활에 대해서 간단하게 물어본다. 이사를 했는지 술을 많이 먹었는지 취업 면접을 봤는지 부부 싸움을 했는지 아이가 아파서 내내 잠을 못 잤는지 등의 내용들은 트레이닝을 어떻게 이끌어갈 갈 것인지에 대한 단초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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