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에피소드 2
센터에서 일하면서 큰 실수를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프리랜서로서 근무하기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잠깐 개인 일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나는 당구에 빠져서 공강 시간 만 되면 당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나는 당구를 쳤다. 그런데 오후 6시에 수업이 있는데 5시 40분이 지나도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 당구는 최종 한명이 게임 비를 내게 되어있다. 시간은 5시 5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51분 만에 게임이 끝났다. 나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센터를 향해 뛰었다. 센터와 당구장의 거리는 걸어서 10분정도 이었기에 전력으로 뛰면 5분 안에는 다다를 수 있다.
탈의실에서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수업을 하러 계단을 올라가는데 카톡 문자가 왔다.
“저 30분정도 늦을 것 같아요”
나는 수업을 하려고 똥줄 타면서 뛰었던 행동이 생각나서 허무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수업이 없어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동료에게 문자를 남긴다.
“승희야! 30분 늦겠단다. 어이없다.” 앗! 그런데 사단이 나고 말았다. 카톡 문자는 내가 보내려고 했던 승희에게 전달되지 않고 회원의 카톡으로 보내졌다. 정신없어서 카톡 창을 둘 다 열어놓았던 것이다. 하늘이 노래졌다. 그리고 머리가 하해 졌다. “이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회원한테 곧바로 카톡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문자를 잘못 보냈습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회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반사적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전화기 건너에서 쏟아지는 질책성 발언이 수십 개의 파편이 되어 귀를 통과하여 측두골에 꽃쳐버렸다. 오금이 휘청거렸다. 엄연한 내 잘못이다. 회원은 프런트에 가서 내가 보낸 문자를 문제화하겠다고 했다. 나는 프런트 앞에서 회원을 기다렸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그런데 갑작스럽게 집에 있는 세 명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믿음직한 아빠로 살고자 노력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으려면 위기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회원에게 비굴한 말을 꺼내 버렸다. “제발 프런트로 가지 마시고 저와 대화를 하시면 안 될까요?” 닥쳐올 후폭풍에 겁이 났었다.
드디어 회원이 정문을 향해 들어왔다. 앞에 서 있는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프런트로 향했다. 그런데 회원은 프런트를 그냥 지나치더니 수업 받는 곳인 3층으로 올라갔다. 따라오라는 무언의 말을 하는 듯 했다. 나는 황급히 뒤따라갔다. 3층 사무실엔 권 마스터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래도 그분은 트레이너 출신으로 내겐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회원은 얼굴에 화장이 번진 채 잰 걸음으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곧이어 권 마스터의 호령이 떨어졌다. “김 트레이너, 사무실로 오세요!”
상기된 얼굴로 나는 권 마스터의 입을 쳐다봤다. “너 정말 사람 복이 있다! 이 사건은 정말 트레이너로써 범하지 말아야 할 중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회원님께서 간곡히 부탁했다.”
“그냥 하소연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껏 살면서 이런 문자를 받을 만큼 잘못 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로 인해 김 트레이너에게 추호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식이 세 명이고 저와 나이도 동갑이고 열심히 사시는데......”
그날 이후 나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일이 있고 난후 나는 당구를 끊었다. 그리고 트레이너로써의 마음가짐을 다잡고 수업 준비를 위해 더욱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날 하지 못했던 말들을 회원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확인만 하고 답글은 보내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고 미안했다.
내게 수업을 받고 있는 회원 중에 근육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분이 계신다. 그분의 나이는 예순이 훌쩍 넘으신 인생의 대 선배다. 그가 젊었을 때는 스포츠 센터라는 곳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차선책으로 집에서 덤벨과 바벨을 사서 운동을 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벤치프레스(가슴과 삼두박근을 키우는 운동 기구)를 하다가 어깨의 심한 통증을 느껴 그 뒤론 근육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근육운동의 트라우마는 30년 이상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매스컴을 통해 근육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집근처 스포츠 센터를 등록하고 조심히 근육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을 주 2번에서 3번을 꾸준히 개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근육운동을 계속 하시다가 현재는 개인 사정으로 센터를 옮기게 되어 두 달 전부터 나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에서 많으면 네 번을 근육운동에 전념하고 계신다. 몇 일전 종합 검진을 받으셨는데 신체 나이가 50세로 나왔다면서 너무 흐뭇해 하셨다. 실제로 운동을 지도해 보면 근력이 좋으시다. 턱걸이(어시스트 친업)와 푸시업(팔굽혀 펴기)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잘하신다.
그 회원님은 늘 나만 보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 근육 운동을 해야 내장이 좋아져, 신진대사가 왕성해 져서 내장이 튼튼해지거든, 걷는 것보다 근육운동을 해야 해”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가 쓴 책 『의사들이 말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에서는 목적에 따라 운동을 세 가지로 분류 하고 있다. 즉 신경을 위한 운동, 혈액을 위한 운동, 그리고 근육을 위한 운동이다. 이 세 가지 운동은 운동의 강도에 따라 나뉘게 되는데,
첫 번째, 신경 운동은 심장이 가볍게 뛰는 정도의 저 강도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안정시 심박수는 60beat ~ 100beat 범위라 말할 수 있는데 신경 운동은 100beat 안의 운동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경은 ‘운동신경’이 아닌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 중 부교감신경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것이 운동의 주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깐 저녁 식사 후 동네 공원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정도의 강도면 가능하다.
두 번째, 혈관을 위한 운동은 중간 강도의 운동이다.
혈류를 망치는 주범인 혈압과 혈당 그리고 콜레스테롤의 수치들을 최적에 가깝게 유지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커스다.
깨끗한 혈관을 만들기 위한 운동 강도는 쉽게 표현하자면 ‘옆사람과 가벼운 대화는 가능한데 혼자 노래는 부르지 못하는 정도’다. 그러니깐 운동을 마치면 윗옷이 땀에 배일 정도는 돼야 한다. ‘보그 스케일’의 자각 인지도로는 RPE 지수 12 ~16정도면 문안하다.
세 번째, 근육을 위한 운동인데 운동 강도는 고강도이다.
주로 무산소 운동(저항운동)을 말한다. 덤벨과 바벨 및 각종 운동 기구들을 가지고 8RM(Repetition Maximum:최대 반복 횟수) 미만부터 10RM ~ 15RM으로 3세트 이상 지속하고 휴식시간은 반복 횟수에 따라 30초, 1분, 1분 30초 정도 소요되는 운동이면 근육을 위한 운동에 속한다.
내게 수업을 받고 있는 그 회원은 근육을 위한 운동으로써 고강도 속한다. 그리고 틈틈이 필드를 걸으며 골프를 즐겨 하고 있으니 신경을 위한 운동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아무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셔서 무병장수하시길 바라는 바이다.
" 선생님! 제가 골프도 치고 수영도 하고 이것저것 하는 것이 많아서 너무 힘들어 두 번은 못 받겠어요. 수업을 한번만 하고 싶어요"
" 선생님! 이번 달에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도통 안 나네요. 수업을 한번만 받고 싶어요."
만약 트레이닝을 하다가 회원에게 이러한 얘기를 듣게 된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야한다. 또한 마인드 셋을 재점검해야 하는 싸인 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단도직입적으로 트레이너에게 수업이 재미없고 실력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유교적 유전자가 조상 대대로 심겨져 왔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힘들고 시간이 없더라도 본인이 느끼는 만족도가 높으면 절대로 수업을 줄이지 않는다. 이건 내가 10년간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득한 임상적 결과다. 왜냐하면 회원들이 그러한 반응을 할 때면 나는 항상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회원을 상대로 안일한 트레이닝은 금물이다.
수업도 없는데 자꾸 회원들은 수업을 줄이려고 할 땐 왠지 일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자존감도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러면서 연신 마른세수를 하면서 근심을 쓸어내리려 한다.
그럴 땐 소주 한잔이 무지 생각난다.(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근사록’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공자의 논어를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구태여 논어를 읽을 필요가 없다.'
마음에 새겼으면 변화하려는 실행력을 보이면 그뿐이다.
마른세수 그만하고 찬물에 손을 담가 진짜 세수하자. 정신 차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