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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Dec 03. 2015

눈의 소모품을 갈면서

한국산문 수필공모


시력 교정수술인 ‘렌즈 치환술’을 받는 3일 동안 헌신적으로 수고해 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학원 수업도 연기하고 옆에 있어 주어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한층 사그라졌다.


40년 동안 한 번도 칼을 몸에 댄 적이 없으므로 수술에 대한 초조함은 어린아이와 같은 수준이었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옆에 있는 아내는 존경을 넘어 신봉의 대상이다. 어떻게 아이 셋을 낳았을까.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 동안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처음엔 렌즈 치환술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다. 눈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부원장님의 상담을 들은 후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여, 하루 정도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 문을 나섰다.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문을 꺼냈다.

“나 수술할까?”

“수술해! 좋을 것 같다.”

아내는 수술하라고 말하고선 수술비를 물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오…. 오백만원인데 좀 비싸지…….?”

“그럼 천만 원이면 안 하려고 했어?”

이러한 아내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수술실에 들어섰다. 나는 감염을 막기 위해서 손을 씻은 후 머리에다 수술용 덮개를 쓰고 가운을 입었다. 수술실 안은 보조하는 사람들의 부산한 행동으로 인해 더욱 긴장감이 고조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를 말리는 듯했다. 드디어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들어 왔다. 알아듣지 못할 용어를 주고받으면서, 긴장을 풀고 호흡을 편안히 쉬면 된다고 말했다. ‘젠장! 말이 쉽지…….’

 수술하는 내내 목에서 ‘꿀꺽’하고 연신 마른 침이 넘어갔다.

 먼저 왼쪽 눈의 보호를 위해 패치를 붙였다. 오른쪽 눈에 마취액을 넣었다. 그런 후 눈 주변 피부를 위아래로 벌렸다. 그리고 엄청 밝은 빛을 집중적으로 눈 부위에 퍼 부으면서 수술이 시작됐다.


눈 속의 감각은 없었다. 칼로 째고 수정체를 들어내고 인공 수정체를 다시 집어놓고 하는 과정 가운데 ‘욱신’하는 느낌만 들었지 통증은 없었다. 그러나 눈 속의 감각만 없을 뿐이지 수술이 진행되는 모든 상황을 뇌가 감지하고 있기에, 긴장 상태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수술의 상황은 마치 물밑에서 수면 위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는 듯했다.

이렇게 나는 다음 날도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 이미 벌어질 상황을 알기에 첫날보다 둘째 날은 아예 긴장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했다.

 

두 번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내는 밖에서 수술의 처음과 끝을 감시하면서 끝까지 지켜봤다고 했다. 의료 사고가 생길 시 대처하기 위해 약간의 메모까지 남겨 놓았다. 식욕 좋은 아내도 그날은 숟가락을 일찍 내려놓았다.

 렌즈 치환술은 3일간 이루어졌다. 첫날은 오른쪽 눈을 수술하고 그다음 날은 왼쪽 눈을 수술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수술이 잘 됐는지 시력을 재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수술이 잘 됐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떨어졌다.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내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눈의 패치를 다 떼고 본 사물과의 첫 만남은 감격 그 자체였다. 이제껏 안경과 렌즈 없이 봤던 뿌연 현상이 아닌, 선명하지는 않지만 멀리까지 사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만에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눈의 상태가 회복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듯 거울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눈의 회복을 위해 계속 누워있어서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인 듯이 감각이 없다.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업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눈은 구백 량이란 말처럼 눈이 편안하니 몸과 마음도 평온한 듯 행복감이 몰려온다.

 



우리는 신체 부품이 고장이 나거나 노화가 되면 성능 좋은 것으로 대체한다. 그에 따라 의료 기술도 점차 발전해 왔다. 나는 이제 눈의 수정체 하나를 갈아 끼운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교체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는 것에 위안으로 삼는다.

 

며칠 전 아는 형이 운영하는 치과에 들른 적이 있었다. 내 입 안을 살펴보더니, 한 마디 덧붙인다.

“곧 있으면 임플란트해야겠네, 잇몸이 다 녹았어”

또 하나의 소모전을 치러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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